[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작품을 즐겁고 기쁘게 감상하면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 봤으면 해요.”(박론디), “작업할 때 양가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비극적인 일을 이야기할 때도 기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되뇌이죠.”(우한나), “관습적으로 기쁨이 느껴지는 이미지에서도 슬픔을 느끼는 편이에요. 이런 경향이 작품에도 드러나 있죠.”(박보마)
작업 스타일도, 작품 성향도 다르지만 MZ세대 (20~30대) 작가인 박론디(30), 박보마(35), 우한나(35)가 지향하는 바는 하나로 통한다. 바로 긍정의 에너지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이들이 최근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인 전시는 즐거움을 찾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춘듯이 어울린다. 전시 제목도 ‘즐겁게! 기쁘게!’였다. 작품에 내포된 뜻은 심오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면 즐겁고 기쁜 감정으로 이끄는 전시란 점에서 최근의 경향과 이어져 있다.
| 박보마(왼쪽부터), 박론디, 우한나 작가(사진=이윤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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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나 작가는 그동안 ‘장기’를 모티브로 작품을 발표해 왔다. 2019년 생애 처음으로 받았던 건강검진이 계기가 됐다. 검진 결과 오른쪽 신장은 쪼그라들고 왼쪽 신장은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몇 달간 추적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후 작가는 ‘내 뱃속의 장기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 장기를 소재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호접란7’과 ‘젖과 꿀-3’을 선보였다. 숨기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던 여성의 신체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전면에 내세웠다.
| 우한나 ‘젖과 꿀-3’(사진=아트선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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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마 작가는 사회구조를 모티브로 한 설치작품 ‘결혼식의 영혼’을 보여주었다. 결혼식에 쓰인 뒤 버려진 꽃들, 연단, 피로연에서 나온 잔해들을 모아 무너진 버진 로드를 형상화했다. 의례가 아닌 이벤트로 변화하는 결혼식의 흔적들을 다시 조합하면서 순결한 것과 통속적인 것을 뒤섞었다. “내가 마주치는 오브제가 죽어있다고 생각해 살아숨쉬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이었다고 한다.
박론디 작가는 회화작품 ‘나는 지치지 않아. ∼생각했다’를 통해 강박적으로 일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았다. 가로로 긴 캔버스에 달리는 말과 그 위에 널브러진 사람들을 그렸다. 박 작가는 “비논리적인 사회상을 주제로 작업 하고 있다”며 “기쁨과 행복에 책임이 없으면 비극이 일어난다. 자본주의 욕망을 터부시하는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은 이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추스 마르티네스다. 스위스 북서부응용과학대(FHNW)의 아트인스티튜트 학장인 그는 “우리 사회는 폭력, 파괴 등 부정적인 것은 잘 묘사하지만 기쁨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논하는 것은 어색해 한다”며 “여성 작가들이 표현한 삶의 해방을 통해 즐거움과 기쁨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박론디 ‘나는 지치지 않아. ~생각했다’(사진=아트선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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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보마 ‘결혼식의 영혼’(사진=아트선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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