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강소기업을가다]④‘빨간약’ 넘어 세계로… 퍼슨 “올 1000만불 수출”

김동진 퍼슨 대표 인터뷰
소독약 '포비돈'으로 명성... 의약품 OEM으로 외연 확대
자체 브랜드도 론칭... 수출 확대로 글로벌 시장 '노크'
  • 등록 2017-02-20 오전 5:00:00

    수정 2017-02-2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중소기업 절반은 서울·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정책이 이들 기업에 집중되는 기형적 현상이 생겨나는 배경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이지만 묵묵하게 기업을 경영하면서 한국 경제와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강소기업들이 지방에도 널려있다. 이데일리는 올 한해 지방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숨은 강소기업을 발굴, 소개하는 장을 마련했다.

김동진 퍼슨 대표가 천안시 백석공단에 위치한 본사 사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각 가정마다 꼭 하나씩은 구비돼 있다는 소독약, 일명 ‘빨간약’으로 이름을 알린 중소 제약사가 있다. 1957년 설립돼 기초필수의약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천안지역 강소기업 퍼슨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성광제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기업으로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장수기업이기도 하다. 퍼슨으로 사명을 바꾼 것은 2015년 12월께로 2세 경영인인 김동진 대표가 직접 회사의 글로벌화를 위해 추진한 사안이다. 사명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퍼슨은 최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진화를 꿈꾸고 있다.

◇천안 신공장으로 경쟁력 높여… OEM 수출로 외형 확대 꾀해


16일 천안시 서북구 백석공단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고혈압 치료제를 연구하다가 1997년 아버지(김용안 전 대표)의 부름을 받고 회사에 합류했고 이후 2005년 대표로 취임해 10년 이상 퍼슨을 이끌고 있다”며 “대표로 취임해서 우선적으로 선진국형 공장부터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해 기존 부천에서 2009년 천안으로 첨단 기준의 공장을 이전 설립했다”고 밝혔다.

당시 퍼슨(구 성광제약)은 연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과감하게 230억원이라는 거금을 신공장에 투입했다. 김 대표는 “제약시장에서는 수입하려는 국가가 해당 업체의 공장을 직접 방문에 실사를 한다”며 “내수에만 머무르면 안된다는 생각에 우선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약공장이 필요해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성광제약 시절의 퍼슨은 소독제로 불리는 빨간약 등 기초필수의약품으로 60년간 내수 시장에서 한우물을 파왔다. 한우물 경영으로 전문성을 갖췄지만 이윤이 작은 기초필수의약품으로는 회사의 외형을 키우기 어려웠다. 김 대표는 아버지부터 회사를 승계받은 이후 수출의 필요성을 직감했다.

그는 “천안 신공장을 구축하고 나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며 “샘플을 보내고 직접 해외 바이어들과 만나는 등 2013년부터 수출에 노력을 기해 미국으로 첫 수출에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퍼슨은 2013년 미국으로 30만 달러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20만 달러, 2015년 520만 달러, 2016년 750만 달러로 수출 규모를 점차 키워나갔다. 미국 대형할인마트에 OEM 방식으로 치질연고 등을 수출했다. 글로벌 시장에 OEM 수출로 외형을 키우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였다.

◇자체 브랜드로 수출 도전… 2020년까지 수출 비중 50% 목표


일단 수출의 물꼬를 터자 김 대표는 또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자체 브랜드 수출이었다. 퍼슨은 빨간약으로부터 키워온 살균·소독제 내공으로 내시경 전문소독제 ‘오피덱스’를 출시했다. 그는 “2015년부터 오피덱스로 전문의약품 시장에 수출을 하고자 했고 첫해 10만 달러를 달성했다”며 “내시경 전문소독제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존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오피덱스를 통해 유럽, 미국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과 유럽 CE 인증도 받았다.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로는 아니지만 영국에 OEM으로 3년간 50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퍼슨이 자체 브랜드로 승부수를 건 내시경 전문소독제 오피덱스. (사진=퍼슨)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시장은 미국으로 국내 시장보다 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7~8배 이상 크다”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일단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남미 등으로 수출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1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액을 키우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대비 수출 규모를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퍼슨은 강점인 기초필수의약품 외에도 일반의약품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안면다한증 치료제 ‘스웨트롤’을 개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약효가 24시간 지속되는 ‘유니크’한 제품”이라며 “2013년부터 3년간 TV광고를 공격적으로 해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렸다”고 언급했다.

퍼슨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매출 35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10% 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25억원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이 목표다. 김 대표는 “매출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키운 이후 기술수출을 위해 우리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며 “현재 중소기업청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돼 있는데 올해는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되는 것도 올해의 경영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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