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품질, 상용망의 25%로 밝혀져.. 기지국 수 논란 증명

KISDI 김사혁 부연구위원 "재난망 전송품질 낮게 설계" 인정
"시범사업 결과 달라질 수도" 여지 남겨..전문가들, 여전히 우려
  • 등록 2015-10-01 오전 2:39:32

    수정 2015-10-01 오전 2:39:3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가에서 재난통신용으로 쓰는 통신망은 국민들이 쓰는 상용망보다 전송품질을 낮게 설계해도 되는 걸까.

정부가 공무원 20만 명이 소방·경찰·해경·군 등에서 재난 발생시 쓰는 통신망의 전송품질을 SD급 영상활용(512Kbps) 기준으로 삼은 게 확인되면서, 그간 정부가 만든 재난망 구축 계획에서 기지국 숫자가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이 사실로 증명됐다.

정부 계획에 깊숙히 관여한 전문가는 “재난망의 서비스 품질 수준이 상용망보다 낮게 설계된 만큼 기지국 숫자 논쟁(재난망 예산이 지나치게 쪼그라들었다는 비판)의미가 적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최신 LTE(PS-LTE)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낮은 품질로 설계한 이유의 적정성과 △정부 계획처럼 낮은 품질의 전국 통신망을 구축할 경우 향후 망 업그레이드 비용에 또다시 수천 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점 △어차피 SD급 영상 전송을 계획했으면 별도 망을 깔기보다는 기존 이통3사의 상용망을 서비스품질협약(SLA)에 따라 빌리는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정부 계획의 타당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난망 전송품질 낮게 설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김사혁 부연구위원은 최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주요 논쟁 이슈에 대한 소고’라는 정책문서를 내고, 재난망의 서비스품질은 셀 에지 부근에서 512Kbps 수준의 영상 활용을 가정하는데 이는 상용망에서의 HD급 영상 기준 2Mbps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난망을 상용망 수준의 서비스 품질로 했다면 2배 이상의 기지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재난망은 비용 효과 측면에서 상용망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기지국 수 감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재난망 기술기준과 구축방식을 정할 때부터 함께한 전문가다.

그는 재난망 사업이 세월호 참사이후 긴급성을 이유로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 될 때 직접 신청서를 작성했으며, 이 사업이 미래부에서 국민안전처 주도로 바뀐 뒤에는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재난망 총사업비 검증 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 김 부연구위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재난망은 설계 당시부터 상용망 품질의 4분의 1로 설계됐고, 그래서 기지국도 2분의 1이상 적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재난망의 기지국 숫자를 1만1693개소로 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700MHz를 쓰는 재난망의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도 상용망(기업별로 12만~17만 개 수준)의 10분의 1 수준으로는 어림없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동통신사별 광대역 및 일반 LTE 기지국 수(2014년 7월 1일 기준) 자료: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2014년)
◇“시범사업 결과 달라질 수도” 여지 남겨… 전문가들 의구심


김 부연구위원은 다만 시범사업을 통해 적합한 기지국 수를 검증한 결과, 기존 설계보다 2배 이상 증설이 필요하다는 등의 결론이 나면 사업을 중단하는 게 낫다면서 계획 수정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시범사업 결과 이런 결론이 나면 현상을 유지하든지 기존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일부를 확정하든지, 아니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상용망 기반 LTE도입이나 투자방식의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전환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상용망보다 낮은 품질로 만들어지는 재난망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재난망 모델에 있어 정부가 직접 망을 구축하려 하지 말고 기존 이통3사의 상용망을 임대하는 모델을 제안한 한 대학 교수는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기존 통합지휘무선통신망으로 운영되는) 무전기는 안터지지만 휴대폰은 터지는 상황에서 경찰도 휴대폰을 쓰더라”고 지적했다.

KISDI의 또 다른 전문가는 “당장은 필요 최소한의 비용을 위해 재난망의 품질을 SD급으로 한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이런 품질을 기획했다면 국민 돈으로 망을 새로 깔기 보다는 오히려 이통3사 상용망을 빌리는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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