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이후 궁중과 민간의 모든 음악장르에 고루 편성되어 삶의 애환과 신명을 노래하던 악기가 바로 해금이다. 창작음악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장르와 활발히 소통하며 영역을 확장해가는 현대화의 과정에서 악기의 한계를 넘고자 치열한 고민으로 해금연주자들은 함께 산을 넘었다. 해금은 현재 악기의 본질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고요함 속에 삶의 애환을 달래고, 자연의 재료인 팔음(八音)의 속성이 오롯이 녹아 깃든 성음으로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 온 악기다. 본질을 찾아 회기하는 그 중심에 5주년을 맞은 해금앙상블 ‘셋닮’이 있다.
셋닮은 최초의 해금 트리오 앙상블로 2018년 7월 창단했다. 실력파 솔리스트로 각자 자리매김한 세 명의 해금 연주자 김현희, 이승희, 김혜빈으로 구성된 팀이다. 해금앙상블 셋닮을 통해 독주 악기 해금과는 또 다른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고자 뜻을 모았다. 창단 이후 해금이 가지는 다양한 음색은 물론 삼인 삼색의 매력을 보여주는 앙상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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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1065~1084)의 ‘덕승재(德勝才)’라는 말이 떠올랐다. 재주(才)라고 하는 것은 덕(德)의 바탕에 있어야 한다. 즉 재주가 덕을 앞지르면 안 되며, 덕으로 재주를 통솔해야 한다. 재주와 덕을 모두 갖춘, 이 세명의 연주자들은 ‘셋닮’의 이름답게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닮아있었다.
숨길수록 드러나는 연주자의 역량과 공력(功力), 이는 공덕(功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태원, 나실인, 양승환, 김명옥, 박한규 등 다섯 작곡가의 작품을 위한 이들의 연주는 실상 활의 길이와 속력, 압력과 각도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음악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것이리라. 그러기에 해금과 몸이 하나 되고, 3대의 해금이 마치 하나의 해금처럼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스며들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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