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참신한 스릴러 수작…리디 ‘개의 눈으로 보라”

‘개의 눈으로만 보이는’ 범인과의 스릴러
집안에서 재현되는 6년전 일가족 살인사건
시공간 넘나드는 설정에 긴장감 배가시켜
  • 등록 2023-06-17 오전 6:00:00

    수정 2023-06-17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리디 ‘개의 눈으로 보라’

오랜만에 참신한 스릴러 장르 웹툰이 나왔다. 추리물의 전통인 밀실 사건을 다루면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 ‘개는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오래된 속설까지 첨가해 하나의 새로운 스릴러물을 탄생시켰다. 리디가 연재한 웹툰 ‘개의 눈으로 보라’의 이야기다. 주요 등장인물이 4~5명 밖에 되지 않지만 정교한 설정의 힘으로 작품을 꽉 채운 느낌이다.

주인공은 직장인 ‘최현아’(여)와 그가 키우는 반려견 ‘구봉이’다. 이 작품에서는 구봉이의 역할이 상당한데,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던 ‘개는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속설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구봉이의 눈으로 적과 상대한다. 사람은 볼 수 없고 강아지를 통해 상황을 전달받는 식이어서 더 쫀득한 공포감을 선사해준다.

웹툰은 구봉이의 목에 채운 ‘도그 스피커’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싼 가격으로 이사를 한 현아는 황금연휴를 보낼 생각에 들떠 있는 상황이었는데, 구봉이의 도그 스피커에서 “주인님을 죽이지 마!”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후 현아는 괴기한 상황을 집안에서 경험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처기가 되고 결국 고립이 된다.

이 웹툰은 6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똑같은 일이 재현되는 과정을 그린다. 6년 전 사건과 상황에 연결돼 있어 현아와 범인은 서로를 보지 못한다. 현아의 동생인 현민도 누나와 통화는 가능한데, 실제로 만나거나 볼 수도 없는 처지다. 다양한 조건을 밀실 상황에 대입해 웹툰의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킨다. 이후 현아와 현민의 노력으로 점차 얽키고설킨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웹툰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만, 실제로 있었던 과거 사건과 마주하는 설정이어서 독자들에게 상당한 공포감을 부여한다. 주인공의 집 구조도를 매회차 말미에 보여주면서 범인의 움직임을 표시해주는데, 이조차도 오싹하다. 실제 웹툰을 보면서 ‘우리 집에도 이런게 있는거 아냐?’라는 생각에 집안의 텅빈 공간을 본 적이 있는데, 웹툰의 내용이 복기되면서 꽤 서늘했다.

작화도 웹툰의 내용과 걸맞게 무채색에 간결한 펜 터치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여준다. 얼굴 표정 전체를 보여주는대신, 입, 손끝 등 일부 신체만을 노출시켜 독자들의 상상을 배가시켜준다. 중간중간 귀여운 구봉이의 표정과 행동은 극의 긴장감을 다소 풀어주는 역할을 해 완급조절도 나쁘지 않았다. 참신한 설정에 깔끔한 스토리 전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작화. ‘개의 눈으로 보라’는 상당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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