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고환율·고병원성 AI…먹거리 물가도 ‘비상’

재배면적 줄어든 배추값, 전년比 73.9%↑
귤·딸기, 제철이지만 여름 폭염에 여전히 비싸
AI확산에 설 명절 앞두고 계란값 상승 조짐
고환율로 밀가루·설탕 등 식품 원자재 가격도 불안
  • 등록 2025-01-02 오전 5:20:00

    수정 2025-01-02 오전 5:56:55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도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모양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배추·귤·딸기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선식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값도 상승할 우려도 나온다. 탄핵정국에 환율이 오르면서 밀가루, 설탕 등 가공식품 수입 원자재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채소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일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4894원으로 1년 전(2817원)보다 73.7% 올랐다. 전달(3090원)과 비교해도 58.5% 오른 가격이다. 무 하나의 가격도 3262원으로 전년(1769원)보다 84.4% 급등했다.

배추와 무 가격이 오른 이유는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겨울 배추·무 재배 면적이 감소한 데다 생산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배추 재배면적은 3503㏊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정부의 김장철 배추 수급조절에 따라 배추·무 구매를 줄였던 김치업체의 수요가 증가한 점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년 여름 폭염 피해로 귤·딸기 등 제철을 맞은 과일 가격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감귤 10개 가격은 4316원으로 1년 전(3853원)보다 12% 올랐다. 평년(2901원)과 비교하면 48.7% 높다. 딸기 가격 역시 100g에 2782원으로 전년보다 15.7%가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불안은 지난해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지난해 연간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6.6% 상승하며, 전체 물가상승률(2.3%)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2021년(9.9%) 이후 3년 만에 최고치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농산물 수급 여건도 불안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오르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고병원성 AI 확진 농가는 총 18곳이며 산란계 발생 농가는 7곳이다. 지난해 초까지 발생건수가 50건을 넘은 점을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확산 가능성이 남아 있고 설 명절을 앞두고 계란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계란 30개 소비자가격은 6814원으로 70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탄핵정국에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 원자재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밀가루, 설탕, 유지류 등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가공식품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3~4개월 치 원재료 재고를 미리 보유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 및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 원재료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빠르게 오른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14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5.5원) 이후 최고치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도록, 먹거리 민생 안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이상 기후로 농산물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지채소 위주 상시 비축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공식품 원료 할당관세 품목을 10개에서 12개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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