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해 12월 29~30일 이틀 동안 실시한 조사(전국 101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
지’ 물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40.4%, 국민의힘이 35.7%로 나왔다. 양당 간 격차는 4.7%p로 오차범위 내였다. 직전 조사였던 지난해 11월 10~11일 조사에서는 양당 간 격차가 11.7%p였는데 7주 만에 격차가 ‘오차범위 밖’에서 ‘오차범위 내’로 줄어든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인천·경기, 광주·전라·제주,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반면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세종·강원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높았다. 연령별 지지도는 20대(만 18세 이상)와 30대에서 민주당이 소폭 우세했고 40대와 50대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큰 격차로 앞섰다. 60대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9.1%p, 70대 이상은 15.8%p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탄핵 심판 정국에서 보수층 결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을 향한 여론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태에서 상당기간 동안 회복하지 못했다. 그랬던 가장 큰 이유는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시점부터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는 찬성을 이끌었다. 박근혜 탄핵과 다르게 이번 탄핵 정국에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첫 번째 이유는 ‘보수층의 학습에 따른 트라우마’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7년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 탄핵이 인용되고 난 이후에 실시한 세 차례의 전국적인 선거에서 보수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계속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안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5명이 탄핵에 반대한 배경이고 그 이후 보수층이 더 결집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보수층이 결집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다. 지난해 11월 15일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에서 1년 징역과 2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대표에 보수층의 경계심은 실질적으로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오죽하면 탄핵 정국에 내걸린 보수 성향 현수막 상당수에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문구가 들어갔을 정도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해 12월 10~12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15.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신뢰하는지, 신뢰하지 않는 지’ 물어봤다. ‘신뢰한다’는 의견은 41%,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신뢰한다는 의견보다 10%p 더 높은 51%로 나왔다. 탄핵 심판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반사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절반이 채 되지 못했다. 호남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와 50대를 제외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는 신뢰한다 42%, 신뢰하지 않는다 49%로 나왔다. 다른 인물과 함께가 아닌 이 대표만 놓고 신뢰와 불신뢰 평가를 물었는데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체로 더 많았다.
그러나 보수층 결집에서 보수 세력이나 국민의힘이 결코 안도할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다. 정치적인 공황 상태에서 보수층이 결집하고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처럼 당이 속절없이 와해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 찬반 의견이 나뉜다는 사실은 극복되지 않는다. 즉 근본적으로 탄핵 정국은 해소되지 않고 전체적인 여론은 시나브로 악화일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운명은 이전과 동일하다. 말하자면 지금 보수층의 결집은 보수층에 양날의 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