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이 된 '러·우 전쟁'…주요국 CBDC 도입 앞당길 수도

[만났습니다]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②
러시아 가스 공급 불확실성 커…유럽, 1~2년간 에너지 위기
러·우 전쟁 기점으로 글로벌 시스템 변화 조짐
CBDC 도입 가속·외환보유액 구성에도 변화 생길 수도
  • 등록 2022-08-04 오전 5:00:00

    수정 2022-08-04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이 전 세계 경제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러·우 전쟁의 여파는 단순히 물가상승세를 끌어올리고 경제성장세를 악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러·우 전쟁을 계기로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등 지급결제 시스템에 변화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출처: IMF)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러우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세계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과 이에 따른 제재의 심각성 및 지속 기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은 유럽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IMF는 7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독일과 이탈리아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0.8%, 0.7%로 4월보다 1.9%포인트,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향 조정 요인의 일부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는 ‘노드스트림1’의 가스 공급량이 40%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독일 천연가스 위기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폭의 약 0.5%포인트를 차지한다”며 “가스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유럽연합(EU)은 최소 1~2년 에너지 위기 망령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물가상승세가 더 높아지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약 0.5%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우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단순히 경제나 물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러우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스템이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지급결제 시스템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CBDC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나자 암호화폐로 성금을 모았고 러시아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되자 대체 수단을 찾기 위해 에너지 수출대금으로 비트코인 등을 받았다. 동시에 달러화 패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러시아와 인도는 루피-루블 결제시스템을 도입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결제 통화로 위안화를 검토했다. IMF에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여러 개의 소규모 통화블록으로 국제 통화시스템이 파편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CBDC 등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도 올 하반기 CBDC 연구 결과를 정리한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IMF,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와 상호 협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무역 결제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구성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IMF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59% 밑으로 하락, 20년째 감소하고 있다. 반면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중국 위안화, 스위스 프랑 등 기타 통화 비중이 10%로 늘어났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에너지 부문에선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공급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EU는 러시아에 대응해 미국 등에서 LNG 수입을 전년비 56%나 늘려 전체 가스수입량의 3분의 1이상으로 늘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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