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원전 기술동맹, ‘트럼프 파고’ 넘어설 호재다

  • 등록 2025-01-13 오전 5:00:00

    수정 2025-01-13 오전 5:00:00

지난주 한국과 미국이 워싱턴DC에서 서명한 ‘원자력 수출·협력 약정’(MOU)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다. MOU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미국 에너지부와 국무부 간에 체결됐다. 먼저 약정 체결이 3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본계약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MOU는 원전 분야 ‘코러스(KORUS) 동맹’을 통해 ‘트럼프 파고’를 넘을 핵심산업으로 주목된다.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는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고 체코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이제 두 나라는 MOU를 통해 제 3국 진출 시 원전 수출 공조의 길을 텄다. 당장 루카스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한미 양국 정부의 MOU 체결을 환영한다”며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이란 글을 실었다. 두코바니 원전 본계약은 한미 원전 동맹의 길을 닦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 견제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미국의 파트너로 안성맞춤이다. 이미 트럼프는 군함의 유지·보수·정비(MRO)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고, 함정 건조의 경우 “동맹국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전은 조선업과 함께 두 나라가 윈윈할 수 있는 또 다른 핵심산업이다. 미국은 원천 기술이 있고, 한국은 자체 기술력과 함께 원전 건설비 절감에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요컨대 코러스 동맹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맞설 대항마로 제격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몰두하던 유럽 각국도 다시 원전을 찾고 있다.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새로 짓는 원전 수가 수백 기에 이른다. 상호보완적인 원전 동맹은 한미 두 나라에 다시없는 기회다. 하필 이런 때 정부가 국내 신규 원전 개수를 1기 줄이는 방향으로 제11차 전력수요기본계획을 수정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거대 야당의 반대를 의식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탈원전 몽니는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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