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전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세입자를 못 찾는 매물이 쌓여만 간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매매 가격 하락도 더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가격은 매달 사상 최고치다. 집값 하락으로 전세 보증금 반환 우려가 커지면서 월세 수요는 더 증가하는 모습이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회사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6일 기준 3만7102건이다. 2020년 8월 1일(3만8427건)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2020년 임대차 2법(2+2년 계약 갱신 청구권제, 전·월세 5% 증액 상한제) 제정되기 이전 물량을 회복한 셈이다.
물량이 늘면서 전셋값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는 전주 대비 0.12% 떨어졌다. 2019년 3월 첫 주(-0.15%) 이후 3년 반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0.9% 빠졌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파크 뷰 자이’에선 이달 5억4600만원에 전용면적 59㎡형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9월 7억6000만원에 전셋집이 나간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억원 넘게 시세가 떨어진 셈이다. 2020년 9억5000만원까지 나갔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 신시가지 10단지’ 전용 70㎡형도 최근 호가가 5억5000만원까지 낮아졌다.
신정동 E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원래 내놨던 가격보다 1억원 이상 낮추고 집도 수리해주겠다는 조건까지 달아도 한 달 이상 전세가 안 나가고 있다”며 “아주 저렴한 물건이나 월세나 겨우 나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건 전세 수요가 줄어들어서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지수는 12일 기준 85.6으로 2019년 8월 이후 최저치(낮으면 낮을수록 수요 부족이 심하다는 뜻)를 기록했다. 월세는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8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을 기록해 전월대비 0.09% 상승했다.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2021년 6월(100)을 기준으로 지수화한 것으로 순수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 준월세(12~240개월 치), 준전세(240개월 치 초과)를 모두 합친 결과다. 이 지수는 2019년8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세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 |
|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이 급격히 오른 데다 전세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낀 세입자가 월세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고 내려간 전셋값이 다시 매매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 전세시장 흐름은 결국 금리의 방향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금리 상승세가 꺾이면 전세 대출 이자 부담에 떠났던 임대 수요자가 되돌아올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전세 시장 상황이 길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월세 시장은 매매 시장보다 하방 경직성이 있다. 장기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