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골목식당' 백종원의 '만점 협상 스킬'

오늘의 원픽 : ‘승자의 협상법’ 6강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라’
'골목식당' 백종원, 시작은 밝게·지적은 정확하게
부정적 감정 삭이지 말고, 잘 표현하는 게 성공적인 협상 지름길
  • 등록 2021-05-15 오전 12:01:00

    수정 2021-05-15 오전 12:01:00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윤정훈 기자] 하버드협상연구소의 부책임자를 역임한 다니엘 샤피로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를 통해 협상에서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설명한다.

인시아드 싱가포르와 와튼스쿨은 부정적인 감정이 협상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처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대방의 감정을 흔들어놓는 것은 협상의 기본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방송 캡처)
그렇다면 협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상대방의 감정은 어떤 유형일까. 정답은 상대방이 기분 좋게 들어왔다가 화를 내면서 나가는 경우다. 이는 화를 내면서 들어와서 기분 좋게 가거나, 기분 좋게 들어와서 긍정적으로 협상을 끝내는 경우보다 결과가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전문가인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는 “기분 좋게 들어와서 협상 중간에 화가 나서 나가는 상대방은 ‘내가 좀 공격적이었나’와 같은 감정적인 빚을 지게 된다”며 “이 경우에 일반 협상 대비 2배 이상의 결과가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실전에서 이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 SBS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백 대표는 골목식당을 방문해서 장사가 안되는 식당들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소통을 통해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

재밌는 것은 백 대표의 표정이다. 백 대표는 늘 밝은 표정으로 오프닝에 등장한다. 하지만 백 대표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사장님이 약속을 어겼을 때는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후 백 대표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합리적인 이유로 정확하게 팩트를 지적한다. 이는 백 대표가 사장님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단면이다.

류 변호사는 “백 대표는 방송에서 참고 견디는 식으로 부정적 감정을 삭이지 않고,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그 감정을 솔직하게 표시한다”며 “이를 통해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식으로 이끄는 설득 패턴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감정은 잘 사용하면 협상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면 화를 억지로 참거나 폭발시키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한국인이 자주 하는 실수의 유형이 화를 삭이다가 폭발하고, 관계를 단정하는 유형이다. 이는 대화나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자신의 캐릭터와 역할에 맞춰 전략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련되게 이를 표현하는 다른 예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있다.

강 장관은 과거 CNN과 인터뷰에서 일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때 “한국인들은 일본에 화가 많이 나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의견을 전달했다. 이는 조용하게 감정을 표현한 좋은 예다.

류 변호사는 “협상에서는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오해 없이 전달해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승자의 협상법’ 6강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들라’ 편을 강연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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