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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최종" 출근일도 정했는데…法 "근로계약 불성립"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기업이 채용과정에서 ‘거의 최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출근일까지 협의했더라도,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면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채용취소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2022년 10월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A사는 관리총괄 이사를 구인하는 채용공고를 냈고, B씨가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면접을 진행한 뒤 회사 대표이사는 B씨에게 전화해 “함께 근무가 가능할 것 같다”며 출근 가능일과 급여를 문의했다.대표이사는 통화에서 “합격이 두 사람으로 좁혀졌는데, 일단 (B씨로) 선정은 해놓았다”며 “이것으로 그냥 거의 최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 뒤 다른 후보자를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B씨에게 “입사가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했다.이에 B씨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채용 내정이 이뤄졌으므로 근로관계가 성립했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했다.서울행정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사용한 ‘두 사람으로 좁혀졌다’, ‘일단’, ‘거의’ 등의 표현은 내부적으로 두 후보 중 B씨와의 근로계약 체결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만 해석될 뿐”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재판부는 급여 조건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면접 과정에서 연봉 6000만~6500만원 선에서 논의는 됐으나, 500만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성과수당 지급 여부와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채용공고에는 정규직과 계약직이 모두 가능하다고 명시됐음에도 고용형태나 계약기간, 수습기간 적용 여부 등에 대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재판부는 또 “‘출근’이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2차 면접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고, 설령 근로자로서의 출근을 의미하더라도 향후 직접 만나 최종 근로계약이 체결될 것을 전제로 한 출근일 협의에 불과하다”고 봤다.그러면서 “임금, 업무내용, 근로계약 기간 등 근로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대해 구체적 합의가 없었다”며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중요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다면 이는 우선 대상자로 근로계약 체결을 협의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이번 판결은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재판부는 경력직 채용의 경우 단순히 합격 통보만으로는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임금, 업무 범위, 근로계약 기간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어야 법적으로 유효한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근로조건을 명확히 해야 하고, 구직자들 역시 최종 합격 이전에 세부 근로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사진=이데일리DB
- '큰 손도 떠났는데 환율마저' 위기의 K면세점 "제살깎기도 이젠 한계"
-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면세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중국 내수 침체로 ‘큰 손’인 따이궁(중국 보따리 상인)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계엄·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턱밑까지 치솟고, 세계 각국에 ‘한국 여행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외국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제 살 깎기’로 보릿고개를 버티고 있다.◇따이궁도 발길 끊었는데…계엄·탄핵 정국 ‘핵폭탄’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국내 면세업계의 총 매출액은 1조 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 1553억원)와 비교해 12.1% 감소한 수치다. 업계의 장기 불황은 연 매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는 총 13조 758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던 2020년(15조 5051억원)보다 11.3%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24조 8586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수준이다.업계 불황은 핵심 고객인 따이궁의 발길이 끊긴 탓이 크다. 이들은 국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대거 매입해 현지에서 파는 상인이다. 캐리어를 끌고 면세점에 방문해 물건을 쓸어 담아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국내 면세업계의 따이궁 매출 의존도는 70%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자국의 뷰티 제품 사용이 늘면서 따이궁의 활동이 대거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따이궁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유커(단체관광객) 규모도 감소세다.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싼커(개별여행객) 비중이 늘고 있어서다. 20·30세대가 주축인 이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 현지 소비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기준 1467.5원으로 마감했다. 전날 대비 2.7원이 올랐다.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다.혼란한 정치 상황에 방한 외국인 타격도 예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한국에 대해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는 한국 여행 자제를 당부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업체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최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내년 1분기 한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대비 19% 줄어든 83만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매출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10월 기준 면세점 외국인 고객의 매출은 849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로 나타났다. ◇먹구름만 가득한 미래…제 살 깎는 것도 이젠 한계면세업계가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 환율보상제를 시행했던 모습 (사진=연합뉴스)면세점들은 각자 비용 감축에 주력하며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8월에는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수장을 교체하는가 하면 명동의 홍보관인 ‘나우인명동’ 사업 철수도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신세계DF)도 지난달 5년 이상 근속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는 올해 하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328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제 살을 깎는 환율 보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거나 행사 카드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명동 본점, 월드타워점, 부산점, 제주점에서 내국인 회원에게 최대 124만원까지 환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면세점도 환율 보상 이벤트로 온라인몰에서 50달러 이상 결제하면 사용할 수 있는 15% 쿠폰을 주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환율 보상 프로모션으로 더블 적립금과 추가 혜택 적립금을 제공 중이다. 기준환율도 계속 인상 중이다. 앞서 면세점업계는 지난 5월 기준환율을 1300원에서 135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지난주 1400원으로 또 인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게 되면 기준환율 추가 인상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이는 국내 브랜드 상품의 정상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지만, 면세점 마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도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키로 했다. 특허수수료는 면세점의 사회적 기여를 위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다. 업계는 연간 400억원 가량을 이 비용으로 사용해왔다. 정부는 또 해외에서 휴대 반입하는 면세 주류와 관련해 ‘총량 2ℓ’, ‘총 400달러 이하’라는 상한선은 유지하면서 현행 2병인 반입 병수 제한은 폐지했다. 다만 업계는 업황을 반전시키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정도 대책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환율보상 프로그램 등 자구책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금은 환율이 낮을 당시 매입한 상품의 마진을 줄이면서 버티고 있지만 이 이상은 힘들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 자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악재들이 업계를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이 수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위기의 프랜차이즈` 가맹금 로열티 전환·단체교섭권 법안 보완해야
- [성백순 전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 이데일리 노희준 오희나 기자] 프랜차이즈산업을 둘러싼 법적·입법적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피자헛의 회생절차 도화선으로 작용한 ‘차액가맹금(물류마진)’이 법원에서 부당이득 대상으로 지목된 데다 가맹점주 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돼서다. 전문가들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독소조항이 많은 데다 피자헛 등 일부 사례를 차액가맹금 전체 문제로 일반화할 수 없다며 법 만능주의 규제와 소송전이 지속될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피자헛이 쏘아 올린 차액가맹금 줄소송…“로열티 모델로 가야”한국피자헛은 지난 9월 가맹점주 100여명이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21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피자헛 판결 이후 프랜차이즈업계에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슈퍼와 롯데프레시 가맹점주 108명은 롯데슈퍼와 롯데프레시를 운영 중인 롯데쇼핑을 상대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고, 최근 bhc치킨 가맹점주 330명도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푸라닭과 배스킨라빈스, 교촌치킨, 이디야커피 등 다른 가맹점주들도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재료, 포장지 등 물품에 붙이는 유통마진이다. 예컨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원가 4000원짜리 닭 한 마리를 가맹점에 5000원에 납품하면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미국 등 해외 프랜차이즈가 통상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를 받는 것과 달리 이 유통마진을 통해 돈을 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식업종 가맹점의 차액가맹금 평균 지급액은 2800만원이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 대비 평균 차액가맹금 비율은 4.4%다. 피자업종이 5200만원으로 가장 높고 치킨(3500만원), 제과제빵(3400만원), 커피(2300만원), 한식(2000만원) 순이다.국내 프랜차이즈기업 중 차액가맹금 기반 모델을 적용하는 비율은 90%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프랜차이즈 도입 시기 가맹본부와 점주 희망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직후 프랜차이즈가 본격화할 때 가맹본부는 쏟아져나오는 퇴직자를 선점하기 위해 비용을 낮추는 차액가맹금 모델을 제시했고 점주 희망자도 로열티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가맹본부가 패소한 피자헛의 차액가맹금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맹본부가 물품공급 과정에서 마진을 수취할 수 있다는 내용 자체가 가맹계약서에 없었다. 여기에 피자헛은 차액가맹금 외에도 고정 수수료(로열티)와 광고비를 별도로 받았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피자헛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였던 셈이다. 성백순 전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은 “‘갑’인 가맹본부가 이익을 더 가져가고, ‘을’인 가맹점이 비용을 떠안는다는 `갑을 구조`로만 보는 시선을 개선해야 한다”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더 큰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갈등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로열티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역시 애초 차액가맹금 모델로 시작해 로열티 모델로 전환했다. 로열티 제도에서 거래 투명성이 올라가고 가맹점 매출 증대가 본사 매출 증대로 이어져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진국처럼 로열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본부는 가맹점주의 현금거래 등을 통한 매출 누락 방지 조치와 로열티 혜택을 가맹점주에게 돌려주기 위한 브랜드가치 제고 및 사업자 지원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점주 ‘단체 교섭권’ 독소조항 많아…“가맹본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 바뀌어야”가맹점주 협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졸속 입법 우려가 크다. 자칫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 노조도 복수노조의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는데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모든 점주 단체와 협의를 각각 하도록 했다”면서 “가맹점이 10곳도 안 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80%인 상황에서 가맹점 2~3곳만 뭉쳐도 본부를 괴롭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단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단체 취소 등의 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전 학회장 역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안에 교섭단체 구성의 명확화, 절차 진행의 단일화, 협의 횟수 및 조정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 전 학회장은 마지막으로 “프랜차이즈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맹본부에 대한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공정위 자료를 보면 국내 가맹점수 100개 미만인 가맹본부가 약 96%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프랜차이즈가 체질 개선을 통해 건강한 산업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