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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된 '제왕적 대통령제' 끝내자
  • [대한민국 새판 짜기]37년 된 '제왕적 대통령제' 끝내자
  • [이데일리 피용익 정치부장] 새해가 밝았지만 정국의 어둠은 걷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은 갈수록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올해를 개헌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때아닌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31일 이데일리가 새해를 앞두고 만난 정치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계엄 사태를 통해 무소불위 권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온국민이 체험한 지금이 아니면 개헌 타이밍을 또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4년 중임제와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가 주로 거론된다.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다. 이럴 때 전환적으로 새로운 장을 여는 게 좋다”며 “평온할 때는 권력구도를 못 바꾼다. 대통령제의 모순이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개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장 주도로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우원식 의장을 중심으로 해서 여야 대표, 현역 의원들, 원로들, 전·현직 국회의장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화국, 제7공화국의 미래를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당장 개헌이 어렵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면서 “지방자치의 범위를 넓혀준다든지 책임총리제를 강화한다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문희상 전 국회의장‘1987년 헌정 체제’를 새롭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개헌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임기 중 개헌을 완수하지 못했다. 국민투표부터 실시해 개헌 시기를 못박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일호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집권 세력이 되면 개헌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며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친 후 10년 후에 효력이 생기는 식으로 못을 박으면 개헌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백날 가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황 전 위원장도 “대통령이 뽑히고 나면 개헌이 어렵다. 모든 대통령이 다 개헌하겠다고 하고선 당선되고는 안 바꾸려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유일호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2025.01.01 I 피용익 기자
새해는 '지역 방문의 해'…전국 광역·기초지자체 15곳 '각축'
  • 새해는 '지역 방문의 해'…전국 광역·기초지자체 15곳 '각축'
  • 눈덮인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사진=한국관광공사)[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을사년(乙巳年) 새해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방문의 해’ 캠페인이 시작된다. 지역 방문의 해 캠페인은 각 지자체가 국내외 관광객의 방문을 늘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고유한 역사와 문화, 자연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콘셉트의 축제, 이벤트로 국내외 관광객의 눈길, 발길을 사로잡아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올해 ‘방문의 해’ 캠페인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모두 15곳. 광역자치단체 중 경북과 제주는 올해, 강원과 충남, 인천은 2026년까지 2년간 방문의 해 캠페인을 이어간다. 도시 이름을 걸고 방문의 해 캠페인에 나서는 기초자치단체도 10곳에 달한다. 경남 사천과 경기 여주, 충남 태안, 경남 산청·남해, 전북 임실, 전남 장성·완도는 올 한해 치열한 방문의 해 캠페인 경쟁을 벌인다. 충남 아산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경남 양산은 2026년 방문의 해 지정에 앞서 본격적인 준비태세에 돌입한다.경북 경주의 동궁과 월지 (사진=한국관광공사)경북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보문관광단지 50주년을 기념해 올해를 ‘경북 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신라 천 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활용한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포함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연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일주일 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연계해 경북을 ‘세계인이 다시 찾는 관광지’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충남 부여의 서동공원과 궁남지 (사진=한국관광공사)충남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2년간 ‘충남 방문의 해’ 캠페인을 진행한다. 내년까지 국내 관광객 5000만 명을 유치해 2년 뒤인 2027년 충청권에서 열리는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복안도 담았다. 도내 여러 시군의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여 국내 3위권 관광지로 올라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강원은 2026년까지 국내외 관광객 2억 명 달성을 방문의 해 캠페인 목표로 내걸었다. 산과 바다, 비무장지대(DMZ) 등 강원만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활용해 K컬처 관광, 스포츠 관광, 반려동물 동반 관광, DMZ 평화의 길 여행 등을 특화한 관광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인천 송도의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인천은 올해부터 내년까지를 재외동포 교류·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세계한인경제인대회(2025년)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2026년)를 연달아 개최해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와 한국을 연결하는 거점 도시로써 입지를 확실히 다져 나간다는 포석이다.제주 산방산과 바다 (사진=한국관광공사)제주는 자연과 문화, 무형유산을 아우르는 ‘진짜 제주’를 선보인다는 목표로 ‘국가유산’을 테마로 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국가유산기본법 제정 이후 보존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유산 정책의 방향과 범위가 확대된 만큼 지역 내 유산을 글로벌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일각에선 도시 브랜드 강화와 관광 인프라 개선, 국내외 관광객 유치 등 방문의 해 캠페인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역 고유의 개성과 특성을 극대화하는 차별화 전략과 함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키우는 ‘경쟁’과 ‘협력’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고계성 한국관광학회장은 “여러 지역이 동시에 방문의 해 캠페인을 추진하기에 관심과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면서 “각자의 홍보 경쟁에 나서기보다 지역 간 상생 협력을 통해 한국관광 자체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025.01.01 I 김명상 기자
“12월 금리인하 마지막이 될수도…금리인상 가능성 대비해야”
  • “12월 금리인하 마지막이 될수도…금리인상 가능성 대비해야”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지난해 글로벌 경제는 미국만 유일하게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그야말로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를 나타냈다.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은 둔화했고, 적절한 시점에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이 단행되면서 고용시장은 심각한 침체를 피해 갔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새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대규모 관세와 감세 등을 특징으로 한 트럼프 경제정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불확실성이 큰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트럼프 경제정책은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지난 12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마지막이 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다시 금리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사진=UC버클리)다음은 일문일답.-미국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골디락스가 가능한가△미국 경제는 생산량과 고용 증가가 지속하면서 건전한 상태다. 고용증가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였고,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지금까지는 ‘골디락스’였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고 상황이 달라졌다그렇다. 이 행복한 시나리오가 계속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와 감세 정책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언젠가는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조정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부터는 더는 ‘골디락스’가 지속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에 진정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다.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 시리아, 우크라이나, 남중국해 모두 발화점이 될 수 있다.-트럼프가 펼칠 정책의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는가△관세정책은 가장 큰 리스크다. 그의 관세정책은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생산자들에게 부정적인 공급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관세로 철강과 알루미늄의 가격이 오르면 수입 금속재 원가가 크게 오르고 특히 미국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이다.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에게도 불확실성을 유발하며,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관세정책으로 인한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관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경제에 나쁜 소식이다. -불법 이민 추방 정책도 핵심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이민정책도 마찬가지다. 그간 이민은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미국이 고용 성장을 견인하고 임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민 덕분이다. 이민자들은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분야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의 농업, 중서부의 육류 포장, 기타 여러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제안한 수천명의 불법 체류 노동자를 추방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사진=UC버클리)-연준의 스탠스도 이미 달라졌다.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힘들어질까△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는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지난 12월 금리 인하가 마지막이 될지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연준이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으로 연준의 생각은 고용성장보다는 다시 인플레이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관세·감세로 시중금리가 치솟을 수 있지만, 대규모 예산삭감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지 않을까△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4조 달러의 예산삭감을 언급했지만, 그가 큰 폭의 삭감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최근 수십 년간 우리가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세금 줄이기가 지출 줄이기보다 쉽다는 것이다.상당한 세금감면과 지출 삭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적자와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분명한 것은 재정 균형을 맞추려면 세금 감면이 아니라 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은 다른 선진국 경제와 비교할 때 낮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정치권이 필요할 조치를 취할 의지나 통찰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는 저금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연준에 대한 압박이 이뤄질까△(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금리 인하에 대한 자신의 선호도를 (정중하게 말하면) 솔직하게 밝힐 것이다. 트럼프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모두 연준에 비판적인 만큼 새 행정부와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중히 여긴다. 만약 백악관이 통화정책에 간섭한다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다행히 (시장의 견제가) 트럼프 당선인의 행동을 적어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결국 강달러 현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가△단기적으로 관세, 감세 및 연준의 금리 상승은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작용해 계속해서 강달러를 만들 것으로 본다. 달러의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분명한 신호다.하지만 불확실성과 정책 혼란은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며, 이는 결국 달러를 하락시킬 것이다. 언제 전환이 이뤄질지 특정하긴 어렵지만, 그 시점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AI) 발전이 효율성을 키워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모든 새로운 범용 기술은 생산성 통계에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는 1980년대에 “우리는 컴퓨터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은 AI를 활용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재조직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재조직에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잠시 주춤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내재적 가치가 없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완전히 담보화되지 않을 경우 불안정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정직한 사업가가 1달러 가치의 스테이블코인을 위해 1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21세기 네덜란드 튤립 거품을 생각해봐라. 이러한 거품은 명백히 터질 수 있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본다.◇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저명한 통화·금융 시스템 전문가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자문위원,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연구는 대공황 시기의 교훈을 통해 비전통적 통화정책(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7년 이후 한국 경제의 변화를 다룬 책 ‘한국 경제: 기적의 역사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로’를 공동 집필하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식견도 높다.
2025.01.01 I 김상윤 기자
슬픔 딛고 맞이하는 푸른 뱀의 해…희망의 빛 솟아라
  • 슬픔 딛고 맞이하는 푸른 뱀의 해…희망의 빛 솟아라 [여행]
  •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해가 지났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은 비통한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해넘이 직전에 발생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와 충격을 남겼습니다. 희생된 이들과 남은 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깊은 슬픔과 애도가 느껴집니다.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그들의 영혼이 평안을 얻기를 바랍니다.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청사의 해’라고 합니다. 다산과 풍요, 그리고 생명력을 상징하는 청사처럼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시작과 다짐을 위해 연초에 찾아가기 좋은 몇 군데를 추천합니다. 청사의 기운을 받아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베스트웨스턴 플러스 부산송도호텔 루프탑에서 바라본 송도해수욕장 일출 모습(사진=강경록 여행전문기자)◇금술 좋은 부부의 사랑이야기 청사포예부터 뱀은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집과 재물을 지켜준다는 업구렁이는 떠받들어졌지만,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뱀은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이중적 믿음은 지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국 지명 150만여 개 가운데 뱀과 관련이 있는 지명만 208개다. 특히 한자 사(巳)는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딴 글자로 일어서는 기운을 뜻한다. 시간으로는 사시(巳時)로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가리킨다. 달(月)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의미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을 다산, 풍요 재물의 ‘가복신’으로 여기기도 했다.청사포 다릿돌 전망대(사진=강경록 여행전문기자)부산 청사포는 최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청사포는 ‘푸른 모래 사구’라는 뜻이지만 원래 이름은 ‘푸른 뱀’에서 유래했다. 이 이야기는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 먼 옛날 이곳에는 서로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금슬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남편이 그만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올 거라 굳게 믿으며 매일같이 마을 소나무에 올라 그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녀의 변함없는 정성에 감복한 용왕은 푸른 뱀을 보냈고, 그 뱀은 곧 아내를 물길로 인도해 헤어진 부부를 다시 만나게 해줬다는 이야기다. 마을 이름에서부터 그리움과 사랑을 가득 담은 청사포. 이토록 아름다운 청사포 바다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은 청사로 다릿돌 전망대다. 여기서 청사포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험한 힘을 지난 부른 뱀이 연상된다.청사포 주변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그중 청사포구 주변 카페거리를 조금만 지나면 눈에 띄는 한옥 한 채가 있는데 지게와 나무 조합이 청사포만의 감성을 자아내는 한옥 라운지인 청사포역이다. 옛것을 최대한 살린 듯한 낮은 건물에 고즈넉이 둘리어 있는 돌담은 마치 제주도에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이곳의 입구는 청사포에 왔다면 꼭 찍어야 할 인증사진 장소다.전북 남원 지리산 뱀사골계곡(사진=한국관광공사)◇마치 뱀이 기어간 듯한 골짜기 ‘뱀사골’뱀의 지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는 ‘뱀사골’이다. 피아골과 함께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다. 지리산 삼도봉에서 북쪽의 남원시 산내면을 거쳐 경남 함양군 휴천면 쪽으로 장장 32㎞(80리)의 임천강 지류와 함께 구불구불 이어나간 깊숙한 골짜기가 마치 큰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닮은 데다가 뱀이 많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특히 뱀사골 계곡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의 골짜기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골짜기 가운데 가장 계곡미가 빼어난 골짜기 중 하나로 뽑힌다. 전 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이 계곡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다. 여기에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줄을 이어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봄이면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여름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가을에는 빛깔이 다양한 단풍이 계곡을 덮는다.제주도 ‘김녕굴’의 내부 모습(사진=이윤정 기자).◇뱀을 닮은 천연기념물 동굴 ‘김녕사굴’맹수가 없는 제주도에서 뱀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제주 구좌읍 월정리의 ‘김녕사굴’은 모양이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흡사한 꾸불꾸불한 동굴의 형태 때문에 오래전부터 김녕사굴(金寧蛇窟)로 불려 왔다. 동굴 입구 또한 뱀의 머리 부분처럼 크게 벌어져 있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점 가늘어져 뱀과 닮았다.사굴이라는 명칭은 이 동굴에 내려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본래 이 동굴에는 해마다 15세 된 소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심한 폭풍우를 일으키는 등 갖가지 변괴를 부리는 거대한 구렁이가 살고 있었는데, 조선 중종 때 제주판관 서린이 주민을 괴롭혀 온 구렁이를 퇴치했다고 전해진다.사실 이 동굴은 용암동굴이다. 잘 알려진 만장굴 옆에 있다. 1962년 만장굴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으면 관리나 학술 연구 목적으로는 출입이 가능하다. 김녕사굴의 모양은 S자형으로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동굴은 52m, 제2동굴은 상층부가 54m, 하층부가 156m다. 제3동굴은 353m다. 동굴 생성 당시 만장굴(7.4㎞)과의 사이에 함락부가 뚫린 상태로 있다. 두 개의 동굴을 연결한다면 엄청난 길이인 셈이다.경남 통영 장사도 항공사진(사진=한국관광공사)◇한려수도 절경과 아름다운 동백이 가득한 ‘장사도’경남 통영 ‘장사도’는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길게 뻗어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도 남단에서 서쪽으로 약 1㎞ 거리에 있다. 섬 대부분이 동백 군락지로 지난 2011년 12월 장사도해상공원으로 탄생했다. 섬에는 10만여 그루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풍란, 석란 등이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장사도해상공원은 동백터널 길, 미로정원, 허브가든 등 20여 개의 코스별 주제정원과 야외공연장, 야외갤러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생꽃 200여 종과 1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사계절 피고 지고, 곳곳의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장사도해상공원은 뱀이 똬리를 틀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구경하도록 잘 꾸며졌다. 길은 서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꺾여 들어간다. 정상에 오르면 여인상이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는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덕도와 대덕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약도, 국도, 소지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025.01.01 I 강경록 기자
알고보면 '아름답고 귀한' 나방의 재발견
  • [책]알고보면 '아름답고 귀한' 나방의 재발견
  •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나비와 달리 나방은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예쁘면 나비, 못생기면 나방’라는 말처럼 혐오의 대상으로 분류된다.30년 이상 생물 다양성 연구에 매진해온 생태학자인 저자는 나방을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탄생과 죽음, 생존과 번식, 생태계와의 상호작용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나방의 종류는 무려 16만 종에 달하며, 그 중 일부는 나비만큼 화려한 무늬와 색상을 갖고 있다. 낮에 활동하는 나방의 수도 생각보다 많다. 영국에는 낮에 움직이는 나방의 수가 나비보다 3배 가량 많다고 한다. 한낮에 아름다운 나방을 보며 나비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나방은 꿀벌 못지않은 중요한 수분 매개자다. 참새, 뻐꾸기, 고슴도치 등 수많은 동물이 나방을 잡아먹으며 생존한다. 오로지 나방을 통해서만 꽃가루를 운반하는 식물도 존재한다. 저자는 “알고 보면 나방은 나비만큼 아름답고 꿀벌만큼 귀한 존재”라고 강조한다.문제는 지구 생태계의 보석 같은 존재인 나방의 개체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나방마저 계속 줄어든다면 자연이라는 구조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나방처럼 특정 환경에 오래 적응해온 흔한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태계 전체가 함께 무너진다는 의미다. 저자는 파괴된 생태계는 인간의 방식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통제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생태계 파괴를 멈추라고 호소한다.
2025.01.01 I 김현식 기자
불확실성의 해가 밝았다…韓 완성차 5사 파고 넘기 전략은
  • 불확실성의 해가 밝았다…韓 완성차 5사 파고 넘기 전략은
  •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완성차 5사가 경기 침체와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임금 및 단체협약 난항 등으로 생산·판매 차질을 겪으며 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역시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과 주요 수출 시장 리스크로 쉽지 않을 전망인 만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불확실성 파고를 넘을 전략을 짜고 있다.서울시내에서 운행 중인 차량. (사진=연합뉴스)3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GM 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5개사의 작년 1~11월 내수 판매량은 124만70대로 전년 동기(133만7397대) 대비 7.3% 줄었다.지난해 5개 기업의 월평균 내수 판매량이 11만2733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140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2024년 국내 완성차 시장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침체기를 겪었다. 높은 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내수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반기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하반기부터는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KG모빌리티(003620), 르노코리아 등이 전략형 신차를 쏟아내며 소폭 반등 흐름이 나타났지만 연말로 갈수록 판매량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전기차 캐즘 현상도 두드러졌다. 보조금 책정이 3월께 마무리되면서 1~2월 판매량이 줄었던 데 이어, 지난 8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포비아’(공포증) 수준의 수요 정체가 이어진 영향이다.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대중화를 겨냥한 신모델이 출시됐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내수 전기차 1~11월 누적 판매량은 13만6050대로 전년 대비 7.3% 감소한 상태다.올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 불안 요인과 주요 수출 시장의 리스크가 내수 시장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AMA 예측에 따르면 2025년 내수 완성차 판매량은 166만대로 지난 2023년 175만대 대비 5.4% 위축될 전망이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는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신규 진출이 예고됐다. 저가 모델 출시가 예정된 만큼 국내 완성차와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수출도 북미와 유럽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망 불안 등의 영향을 받아 279만 대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이에 완성차 5사는 신차 출시와 친환경차 전략으로 위기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주요 SUV 중심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 또 KG모빌리티는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하며, 르노코리아는 전기차 ‘세닉’을 국내에 선보인다. GM 한국사업장은 수익성을 고려한 모델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작년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는 ‘원팀’ 전략도 준비 중이다. 한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시장 모두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생산과 판매, 수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로, 미래 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25.01.01 I 이다원 기자
올해 등록금 인상 한도 5.49%…‘동결’ 읍소하는 이주호
  • 올해 등록금 인상 한도 5.49%…‘동결’ 읍소하는 이주호
  •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올해 등록금 인상 한도가 5.49%로 정해지면서 일부 대학이 등록금 인상 조짐을 보이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동결을 요청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뉴시스)교육부는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 요청 공문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서한문을 보냈다고 1일 밝혔다. 이 부총리는 각 대학 총장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최근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학생·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동결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들은 최근 3년간의 물가상승률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2학년도부터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거나 교내 장학금을 축소하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간접 규제해 왔다.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언제 정책이 시작된 시점은 2009년부터로 올해로 16년째 동결 드라이브가 유지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5%를 초과하면서 일부 대학에선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동결 후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는 것과 이를 포기한 뒤 인상 한도(5.49%)까지 등록금을 올리는 경우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도 등록금 인상 한도가 5.64%까지 치솟자 교육부의 동결 요청에도 44개 대학(전문대 포함)이 등록금을 올렸다. 이 부총리가 대학 총장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부총리는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대교협·전문대교협의 제안을 받아들여 등록금 동결 대학에 대해 교내장학금을 전년 대비 90% 이상 지원하는 경우에도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교육부는 그간 대학 재정 부담 최소화를 위해 2024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국가장학금도 올해 대비 내년 8846억원 증액하는 등 학생들의 학비 부담 완화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총장님께서도 이런 취지를 깊이 헤아려 국가 미래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2025.01.01 I 신하영 기자
여가차관 "돌봄 부담 덜고 저출생 극복…디지털성범죄 종합 지원"
  • 여가차관 "돌봄 부담 덜고 저출생 극복…디지털성범죄 종합 지원"
  •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이 올해 돌봄 서비스를 강화해 저출생 극복에 기여하고 위기가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도 촘촘히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사진=여가부 제공)신 차관은 1일 신년사를 통해 “2025년 새해 여성가족부는 돌봄 및 일자리 지원 등 저출생 극복, 취약·위기 가족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지원, 남녀와 세대를 아울러 모두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신 차관은 “돌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의 정부지원을 확대하고, 수요가 많은 등·하원서비스와 긴급 돌봄 등 맞춤형 지원을 넓혀 가겠다”며 “돌봄수당 인상 등 처우를 개선해 아이돌보미 유입을 활성화하고, 지속적 교육을 통해 인력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수요자들이 원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과 가정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가족 친화적 기업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특히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가족친화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고 인증 기업에 대한 혜택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고부가가치 직업훈련과정을 추가로 확대하고, 고용유지 장려금을 높여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제4차 여성경제활동 기본계획 수립 계획에 관해서도 언급하며 “더 체계적으로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신 차관은 “약자 지원 홀로 어렵게 자녀를 키우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 아동양육비와 학용품비, 임대주택 등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해 자녀 양육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또 “전국의 가족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과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을 신속히 찾고, 다문화 아동·청소년, 조손가족 자녀, 1인 가구, 청소년부모, 미혼모·부 등 가족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지난 해 처음 지원을 시작한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해서는“탈고립·탈은둔을 목표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가정에 기댈 수 없는 가정 밖·학교 밖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어 “사이버 도박, 마약 등 일상을 위협하는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도 강화하겠다”며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해 문화·예술·체육 분야 등 다양한 체험활동 기회가 적은 인구감소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지역특색에 맞는 특화 프로그램을 새롭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신 차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딥페이크 탐지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효율화하겠다”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중심으로 종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기존 온라인에서만 적용되던 그루밍 성범죄의 처벌 범위를 오프라인까지 확대해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교제폭력, 스토킹, 성폭력 등 복합 유형 피해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1366 통합지원단’을 확대하고 보호시설 퇴소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자립지원, 스토킹 피해자 긴급 주거지원 등 안전망을 촘촘히 하겠다”고 밝혔다.올해 수립하는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통해서는 디지털 기술 활용, 폭력피해 유형 복잡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차관은 “신종 폭력 유형에 대응하여 예방교육을 내실화하고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한 인식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관련해선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고 광복 80주년을 맞아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신 차관은 최근 전북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대해 “여가부는 국민 여러분과 슬픔을 함께하며 통합심리지원단과 가족센터 및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연계를 통해 유가족의 심리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01.01 I 이지은 기자
“韓경제 빠르게 둔화…AI로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꾀해야”
  • “韓경제 빠르게 둔화…AI로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꾀해야”
  •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사진=UC버클리)[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한국 경제가 제조업에 기반을 둔 급속한 성장세를 더 지속하기는 어렵다.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해야 한다.”세계적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서비스업 성장은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서비스 중심 경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하루빨리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아이켄그린 교수는 앞서 2017년 ‘한국 경제: 기적의 과거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저서를 통해 과거 한국 경제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만큼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는 노동력 감소와 소비 둔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에 경종을 울렸다.그는 “당시 주장했던 과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는 “한국 경제는 제조업에 기반을 둔 빠른 성장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중국과 낮은 임금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모방해 빠른 성장을 시도하고 있고, 이러한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 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비스 부문을 성장시키고, 특히 서비스에서의 생산성 향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을 서비스 부문에 적용하는 것이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아울러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들의 기업 지배구조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전통적인 가족기업에서 현대적 기업 지배구조로 전환해야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한국이 탄핵 국면에 빠져들면서 금융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하며 안정적이고 온건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한국의 노년층은 여전히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을 수 있지만, 젊은층은 민주주의, 온건함,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며 “세대교체로 변화가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젊은 세대가 승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세대에 의해 거부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25.01.01 I 김상윤 기자
“트럼프 관세에 '골디락스' 끝날 것” 세계 석학 경고
  • “트럼프 관세에 '골디락스' 끝날 것” 세계 석학 경고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지금까지 미국은 유일하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가 이었지만, 더는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조짐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전쟁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다.”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사진=UC버클리)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 신년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에 진정한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고용시장도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맞으면서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더는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경제사 및 통화정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자로 꼽히는 그는 트럼프 리스크를 심각하게 우려했다.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시행할 대규모 관세정책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차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은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 생산자들에게 부정적인 공급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에게도 불확실성을 유발해, 결국 인플레이션을 다시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빨리 시행할 불법이민 차단 정책에 대해서 “그간 이민은 첨단기술분야뿐만 아니라 농업, 육류포장 등 여러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이제 수천명의 불법 체류 노동자를 추방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그는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는 중단될 수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이켄 그린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시장금리는 계속 상승할 수 있다”며 “지난 12월 금리 인하가 마지막이 될지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연준의 정책은 고용성장보다는 다시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연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이 부각되면서 금융시장 불안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금리 인하에 대한 자신의 선호도를 솔직하게 밝힐 것”이라며 “만약 백악관이 통화정책에 간섭한다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시장의 견제가 트럼프 당선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이런 상황에서 강달러 현상은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단기적으로 관세, 감세 및 연준의 금리 상승은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작용해 계속해서 강달러를 만들 것”이라며 “다만 불확실성과 정책 혼란은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며, 이는 결국 달러를 하락시킬 것이다”고 전망했다.
2025.01.01 I 김상윤 기자
트럼프 "민주당, 각료 청문회 방해 시도…공화당 강해져야"
  • 트럼프 "민주당, 각료 청문회 방해 시도…공화당 강해져야"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달 20일 출범하는 2기 행정부 각료들의 의회 청문회 절차를 앞두고 공화당원들의 결집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31일(현지시간)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우리는 (지난 11월 대선 및 의회 선거에서) 압도적인 압승을 거둬 미국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지만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많은 위대한 지명자들의 인준 절차를 부적절하게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은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두어선 안 된다”면서 “우리는 국가를 운영해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들은 주로 민주당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화당원 여러분, 똑똑하고 강인해져라”고 촉구했다. 오는 3일 제 119대 연방 의원이 개원하는 가운데 상원은 내주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내각 지명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지명자들은 상원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상원에서 47석을 가져가 53석을 차지한 공화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줬지만 깐깐한 검증으로 논쟁적인 인물을 압박할 수 있으며 특정 절차적 조치를 통해 인준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글은 민주당 상원 의원들에 대한 견제이자 인준 표결에서 이탈할 수 있는 공화당원들에 대한 단속으로 풀이된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나 엘리스 스테파닉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초당적인 지지가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나 러시아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거나 2017년 시리아를 방문해 알아사드 정권을 만난 툴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자,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은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법무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맷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으나 미성년자 성매수 등 성비위 의혹에 휩싸이면서 연방 상원 공화당 내부에서 인준 불투명 가능성이 커지자 게이츠 전 의원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했다. 마약단속국(DEA) 국장으로 지명됐던 플로리다주 힐스버러 카운티 보안관 채드 크로니스터도 연방 사법기관 근무 경험 전무 등으로 논란이 되자 스스로 후보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5.01.01 I 김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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