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9,065건
- 11.15 후 강남북 집값 상승률 뒤집힌 까닭은?
-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11.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강남. 강북 집값 양극화 현상에 역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양도세 중과, 종부세 등 규제로 가격이 뒷걸음친 반면 도봉구, 노원구 등 강북권 아파트는 전세난을 이유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약진 중이다. ◇11.15 뒤 강남 상승세 꺾이고 강북은 `강세`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의 아파트 시세 조사에 따르면 11.15대책 발표 직전 이후 한 달간 도봉구는 7.49%, 노원구는 6.9% 올랐다. 한 주간 평균 도봉구는 1.87%, 노원구는 1.72%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서울지역 평균 한주간 상승률 0.66%보다 도봉구는 3배, 노원구는 2.6배 높았다. 반면 주요 강남권 지역은 11.15 대책의 여파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송파구와 서초구는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각각 1.54%, 1.69%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주 평균 각각 0.38%, 0.42% 오른 셈이다. 고덕주공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폭이 컸던 강동구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강동구는 한 달간 1.7% 오르는 데 그쳤다. ◇ 내년 전세난에 시달리바엔..실수요자 강북 러시 11.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강북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이 뛰는 데는 서민들의 집값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집값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놓자"며 대거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이들이 주로 찾는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는 호가가 연일 급등하는 가운데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마저 다시 들어가는 등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런 현상은 서울 노원, 강북, 도봉 등 서민 주거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17평형은 1주일 동안 평균 700만원이 뛴 9000만-9500만원 선이다. 입주 중인 월계동 롯데캐슬 24평형도 같은 기간 1000만원이 올라 최고 2억7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가격 상승이 더 크다. 리모델링 추진 소문이 끊이지 않는 창동 상계주공 19단지는 최근 한달간 1000만-2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소형은 1000-2000만원, 중대형은 2000-3000만원씩 오른 단지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1단지 인근 W공인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 비수기였는데, 이젠 성수기"라며 "내년 초 전세 대란이 우려되면서 서둘러 집을 사려는 세입자와 신혼부부 수요가 끊이지 않아,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강남 다주택자, 재건축 막판 떨이..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 꺾여 강남 주요 아파트 가격이 약 보합세를 보이는 데는 2주택자 양도세 회피 매물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한도가 줄고 있는 은행권 대출이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막혀, 매수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강동구 고덕주공 7단지 21평형은 급매물이 6억3000만원선이다. 현 시세도 6억8000만-7억원선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상일동 M공인 관계자는 "12월 말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 회피용 매물의 경우 올해 안에 잔금을 치르고 등기이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매매가격을 몇 천만원씩 깎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재건축 단지에서도 시세 대비 몇 천만원씩 저렴한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이달 들어 거래도 이뤄졌다. 개포주공 저층 1단지 15평형의 경우 현재 시세인 9억4000만∼9억5000만원보다 낮은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도 "양도세 회피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라며 "그나마 매수 의사를 밝힌 수요자들도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11.15 부동산 대책 이후 강북은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뛰는 반면 강남은 사실상 대출총량규제 효과로 매수세가 꺾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연금갈등)④싸움공화국..미래가 없다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특수직역 연금 개혁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8000여명의 전현직 공무원과 교사, 군인들이 집단시위를 위해 길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앞으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투쟁방침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신뢰와 합의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결한 전례가 없다. 그래서 억울하다 싶으면 무조건 파업부터한다는 타성에 젖어버렸다." 서창수 순천향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바라보며 `우리나라가 합의보다는 싸움에 익숙해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해외 원정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마찰에서부터,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노조파업, 고소득자와 서민간, 호남과 영남, 서울 강북과 강남 등 해묵은 갈등까지 모두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모든 국민이 당사자일 수 밖에 없는 연금개혁은 이 같이 쌓여있는 사회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 갈등의 도화선이 당겨졌다 연금 개혁을 통해 정부와 민간, 세대간, 가입자간 마찰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사회 도처에 내재돼 있던 갈등 구조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 연례화되고 있는 화물파업과 운송대란폭력과 공공기관 방화사태로까지 번진 최근 한미 FTA 반대시위는 이해 당사자간 반목의 골이 심각한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반 FTA 시위의 주력은 값싼 미국 농산물에 `밥줄`을 뺏길 것으로 걱정하는 농민들. 대화는 커녕 "불법 폭력에 더이상 관용은 없다"고 선포한 정부와 대립각만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연례화됐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첫 총파업이 노조의 백기투항으로 끝나자 당시 정부는 원칙대응이 성공했다며 자축했다. 그러나 그때의 불씨는 그대로 살아 남아 매년 물류대란을 발생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노조의 하투도 해마다 경제를 몸살들게 한다. 수출이 타격을 입고 대외 신뢰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한두해째 나온게 아니지만, 나아질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 부자와 영세민 사이에는 메우기 어려울만큼 깊은 골이 패였다. 서민들은 부자를 `범죄집단` 가리키듯 손가락질하고, 부자는 서민들을 향해 `발목잡는다`고 공박한다. 지난 3분기 들어 상위 20%와 하위 20% 가계의 소득 격차는 7.8배로 확대됐고, 집값 폭등세를 계기로 이들 사이의 갈등은 70, 80배 벌어졌다. ◇ 사회적 합의기구까지 무너져▲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노조가 시위를 하고 있다.참여연대는 최근 총리실 산하의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탈퇴키로 결정했다. 연석회의가 더이상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의미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8월부터 연석회의에서 연금개혁안에 대해 논의해 상당히 진전을 보았지만, 이번 국회 처리 과정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연금 개혁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에 개혁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도 정부 여당에서 독단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 기구가 허울뿐이라는 것을 경험한 이상 앞으로 연석회의는 무력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사회적 합의가 무시됐다는 지적은 비단 국민연금 뿐 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내년 국민건강보험료 6.5%인상안을 가입자단체의 동의없이 표결처리했고, 급기야 시민단체들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노사정위원회도 민주노총의 탈퇴로 공전을 거듭했다. 정부와 노동계, 재계와 노동계의 마찰에서 나아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5년간 끌던 비정규직 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통과됐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뿐인가. 교원평가제, 작통권 환수,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학법, 한탄강 댐 건설, 용산 민족공원 건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건설등 갈등 요소는 도처에 깔려있다.◇ "커뮤니티 붕괴"..미래 암울이렇게 사회적 합의 기구가 제 구실을 해내지 못하고 집단간 갈등이 증폭 확대되기만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사회 전체적인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서창수 순천향대 교수는 "이제껏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 기구는 대표성을 갖지 못했고 협상의 약자들은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국민들끼리의 반목을 더욱 키우게 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또 사회 커뮤니티 붕괴와 합의 기구의 기능 마비가 몰고올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들은 이미 사회적 합의도 없이 무리하게 실시된 의약분업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가를 직접 겪고 있다. 서민들은 병원과 약국을 찾는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진 건강보험 재정을 채워주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고통의 연속이다.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갈등을 부추기기만 하고 해결을 늦추면 경제나 사회가 앞으로 나가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 고통은 현 세대보다 후세대가 더 뼈아프게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006 펀드결산)①펀드시대 정착..적립식 넘어 해외로
-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펀드시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규모에 있어서나, 투자 마인드 변화에 있어서나 2006년은 간접투자가 투자의 새 주류로 확고히 자리잡은 한해로 평가된다. 시장참여자들은 올해 간접투자시장이 소기의 `성과`를 이룬 만큼 내년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daily는 올 한해 펀드시장과 투자시장에 어떤 의미있는 변화들이 있었는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올해 주식시장은 지루했다. 그러나 펀드시장은 역동성이 넘쳤다. 전체 펀드 설정액 243조원으로 지난해 204조원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특히 주식형펀드 잔고가 47조원을 바라본다. 1년 전에 비해 78%나 증가했다.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해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적립식 펀드 열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하반기 들어 적립펀드 증가세가 주춤하자 해외펀드가 바통을 넘겨받는 분위기다. ◇식지 않은 적립펀드 열풍..연착륙 여부 관심 고조 200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적립식 펀드 열기는 올해도 식지 않았다. 자산운용협회 집계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26조8000억원. 올들어 1조여원 가량 증가했다. 매입평균단가인하(Cost Averaging) 효과가 널리 알려지며 적립식펀드를 통해 샐러리맨들이 대거 장기 투자시장으로 입성했다. 또 펀드로 꾸준히 유입된 자금은 올 한해 매도공세를 펼친 외국인에 맞서 주가를 받치고 변동성을 줄였다. 올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환매 대란`에 대한 우려가 적잖았다. 200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내내 시중자금이 워낙 많이 몰려들었고, 이 때문에 3년차에 접어든 투자자들이 일제히 환매에 나선다면 금융시장에 대 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년 한국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들면 환매 사태가 발생, 2003년 신용카드 붕괴와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고 예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올 한해 꾸준히 이어진 자금 유입은 이같은 염려를 말끔히 지워버렸다. 다만 2007년 더 많은 적립펀드들이 3년차를 맞이하며 내년 상반기 `적립식펀드 연착륙`은 한번 더 시장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진화하는 해외펀드..중국으로, 베트남으로 해외펀드의 인기도 지속됐다. 특히 올해는 규모의 증가와 내용의 다양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펀드에 투자된 국내 자산은 지난해말 10조원에서 최근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외국계 은행의 PB창구에서 피델리티나 템플턴 등 주로 해외 운용사의 상품 판매가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는 운용시장의 `큰손` 미래에셋이 해외에 설립한 운용법인을 기반으로 중국과 인도펀드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판도가 확 달라졌다.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를 해외에서 이미 운용중인 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FoF) 뿐만 아니라 국내운용사들이 해외주식 등에 곧바로 투자하는 해외직접투자 펀드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때맞춰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이 폭발적으로 상승, 아시아 이머징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펀드들이 연20~30%, 많게는 40%안팎의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국내증시의 상대적 부진을 감안하면 해외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어쩌면 당연했다. 또 하반기 한국운용이 내놓은 베트남 공모주펀드가 인기를 끄는 등 투자처도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2005년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최고의 수익을 낸 뒤, 올들어 수익률이 신통치 못하자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하반기 북핵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글로벌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해외펀드의 열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PB와 대한투자증권 자산관리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내년 비중을 높이고 싶은 재테크 수단`으로 해외펀드가 첫손가락에 꼽히기도 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자산분석팀장은 "전체 펀드자산 중 해외펀드(역외펀드 포함)의 비중이 올해 9% 가까워 졌는데 내년에는 10%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해외펀드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반면, 그 대부분이 중국 등 수익률이 좋은 특정 이머징마켓에 쏠리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펀드 자본주의 논쟁 불붙다 2006년 펀드시장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장하성펀드를 필두로 한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사회책임투자)펀드였다. 장하성펀드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2006년을 SRI펀드의 `원년`으로 만든 일등공신임은 분명하다. 이 펀드는 펀드시장에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인터뷰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 회사에 대해 적극적인 경영압박을 가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김범석 한국투자운용의 김범석 사장은 “펀드는 운용사의 돈이 아닌 투자자 돈”이라며 “경영진과의 협조 등 사전 절차 없이 기업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 펀드의 역할과 펀드자본주의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기도 했다. ◇펀드시장, 개인이 지배한다 간접투자시장에서의 개인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0년 전체 펀드시장에서 개인비중은 24.6%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산운용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개인비중은 지난해 1월말부터 올 6월말까지 개인 및 법인 공모펀드 중 투자자산의 77.7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법인 비중은 22.26%에 그쳤다. 또 개인의 자금은 점차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증권 박팀장은 "내년에는 간접시장에서의 개인 비중이 80%를 넘어설 것"이라며 "금리는 낮고 부동산 시장 전망은 불안하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개인들이 주식펀드를 통해 자산을 증가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새천년 기운받고 태어난 즈믄둥이 ''수난시대''
- [한국일보 제공] "초등학교 들어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 데 대학가고 취직할 때는 오죽 하겠어요." 11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영훈초등학교에서 만난 임병수(가명ㆍ6)군의 어머니 김모(39)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 날은 서울 시내 39개 사립초등학교가 2007학년도 신입생 추첨을 한 날이다. 신입생 144명(남녀 각 72명)을 뽑는 이 학교는 지원자 953명이 몰려 경쟁률이 6.6대 1에 달했다. 아쉽게 탈락했다는 김씨는 "즈믄둥이니 밀레니엄 베이비니 하면서 얼마나 축하를 많이 받고 태어났는데요. 그런데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손해만 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즈믄둥이 수난시대다. 2000년 새 천년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복덩이들이 곳곳에 몰리다 보니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겨워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꾸준히 감소하던 출산율은 2000년 즈믄둥이 갖기 열풍에 힘입어 반짝 증가했다. 5만명 이하까지 떨어졌던 월 평균 신생아도 2000년 1월에는 6만명을 웃돌았다. 당시 일부 부모들은 밀레니엄 베이비를 갖기 위해 출산시기를 늦추거나 결혼을 앞당기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즈믄둥이 엄마들 사이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2000년 12월 29일 아들을 낳은 경모(35)씨는 "주민등록번호가 '00'으로 시작한다고 2001년 생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모두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씨는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때도 지원자가 다른 때보다 2배 이상 많았고 학원을 등록하려 해도 몇 주씩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라며 "출산율이 확 떨어진 2001년 생들은 너무 편해 보인다"고 했다. 특히 올해 1,2월 생에 이어 내년 3월 이후 태어난 즈믄둥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들은 "고생 길이 열렸다"며 답답해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시내 주요 사립 초등학교 지원 경쟁률을 보면 서울사대부속이 21.8대 1, 교대부속은 20.6대 1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사립 역시 지난해 평균 1.9대 1을 넘어 2.2대 1을 나타냈다. 한해 등록금이 700만원 수준인 사립초교 관계자는 "즈믄둥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600년에 한 번 온다는 내년 황금돼지띠 해를 맞아 밀레니엄 베이비 때 이상으로 아이 갖기 붐이 일 것이라는 소식에 "내년을 피하자"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첫째가 즈믄둥이인 이모(35)씨는 "내년에 둘째를 가지려 했지만 2008년 아이를 낳기로 남편과 이야기를 끝냈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큰 애를 낳았을 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계는 '대박 예감'에 만세를 부르고 있다. 즈믄둥이의 초교 입학에다 황금돼지띠 해를 맞아 신생아 탄생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자 아동가구, 아동복 등 키즈산업 업체들은 벌써부터 할인행사를 비롯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 관계자는 "올해 초 관련 업계가 평균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며 "내년 초에는 40%까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日·中도 밀레니엄 베이비 골치..입학대란에 '황금돼지해' 벌써부터 걱정 즈믄둥이는 우리나라 인구변동 흐름에서 보면 봉우리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세대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등보다 10여년 늦은 1950년대 중반~60년대말 1차 베이비붐을 겪은 뒤 줄곧 인구 감소세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2차 베이비붐(1차 세대 자녀의 출산) 움직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사이 출생자는 70년대 100만명대에서 80만명대로, 80~90년대는 60만명대, 2000년 이후에는 4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2000년에 앞서 신생아가 이례적으로 증가한 해는 79년과 91년이다. 79년은 86만4,297명이 태어나 전년보다 14.9% 포인트, 91년은 71만8,279명이 출생해 전해보다 9.1%포인트 늘었다. 박경숙 동아대(사회학) 교수는 “79년은 1차 베이비붐 여성들이 가임 연령이 된 시기이고, 91년은 88올림픽 이후 호경기와 맞물린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은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아이를 낳지 않다 즈믄(밀레니엄)해와 정보기술(IT) 호황 덕분에 다산(多産)의 해가 됐다”고 풀이했다. 문제는 즈믄둥이나 동생 뻘인 황금돼지띠 출생아들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거친 격랑을 헤쳐나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인구 증가 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과 빼닮았다. 2000년 3,600만명이 태어났는데 이는 2001년 1,702만명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중국의 즈믄둥이들은 유치원 취학적령기(3.5세)인 2003년 유치원 입학 대란을 겪었다. 중국 언론은 올해부터 시작된 즈믄둥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문제와 관련해 “대학이나 취업 등 평생 다른 세대보다 격한 경쟁이 예상되는 등 고생문이 훤히 열렸다”면서 황금돼지띠까지 미리 걱정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보다 2007년 출생이 더 많을 조짐이다. 최근 경기회복에 따라 전후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자녀(71~74년 출생)인 ‘단카이 주니어’가 본격적으로 아이를 낳고 있다. 단카이 주니어는 여성만 380만명으로 현재 20~23세 여성보다 34% 많다. 일본에서는 6월까지 54만9,255명이 태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1,618명이 늘었다. 결혼도 1만936쌍이 증가해 내년 신생아수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 남성 술값 줄이고 여성 쇼핑 줄였다
- [조선일보 제공] “한때는 술집에서 한 번에 30만~40만원은 예사로 그었는데…. 지금은 그럴 돈이 어딨어요?” 보석 무역업을 하는 박모(35·서울)씨는 요즘 할인점 쇼핑이나 가족 외식 말고는 신용카드를 거의 안 쓴다고 한다. 가끔 친구들과 술집에 가더라도 현금으로 더치페이를 한다. 박씨는 “(카드 과소비가 한창이던) 4~5년 전 혼자서 수십만원씩 술값을 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29일 본지가 카드대란 때인 2002년 10월과 올해 10월의 LG카드 사용처와 사용액을 비교한 결과, 남성은 술값, 여성은 백화점 쇼핑을 확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의 술값 2002년 10월 한 달간 LG카드 남성 회원 중 8만4000여 명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과 같은 유흥주점에서 총 484억원을 카드로 썼다. 1인 평균 57만6000원어치를 카드로 그은 셈이다. 올해 10월엔 8만9000여 명이 361억원을 썼다. 유흥주점에서 카드를 그은 사람은 늘었지만 1인당 사용금액(40만6000원)이 무려 30%나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2002년엔 대학생이나 입사 초년생이 많은 20대도 술집에서 51만원씩 겁없이 카드를 썼다. 20대 남성 5800명이 한 달간 총 29억5000만원을 술값으로 계산한 것이다. 당시 20대의 카드 사용처 순위(결제액 기준)에서 유흥주점은 통신요금·주유소·전자결제에 이어 4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던 것이 4년 뒤인 올해 10월에는 순위가 8위로 밀려났고, 한 명이 쓴 금액도 35만5000원으로 줄었다. 2002년엔 술집에서 한 달에 60만6000원이나 카드를 썼던 30대도 올해는 44만4000원으로 씀씀이를 줄였고, 40대 역시 같은 기간 55만4000원에서 40만원으로 술값을 덜 썼다. LG카드 고객분석팀 김효정 차장은 “같은 기간 할인점 등에선 남성의 카드 지출액이 거의 줄지 않았다”면서 “유달리 술집 카드 결제액이 급감한 것은 한국 남성의 술 문화가 달라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카드대란 때 술집에서 흥청망청 카드소비를 했다가 빚을 진 쓰라린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성의 백화점 쇼핑 여성들도 백화점에서 사용한 카드 지출액이 10%가량 줄었다. 30대 여성의 경우 2002년 10월 22만2000원이었던 것이 올해 10월엔 20만4000원으로 줄었고, 다른 연령대도 비슷한 폭으로 감소했다. 맞벌이를 하는 이모(여·34)씨는 “백화점에서 가끔 팸플릿(DM)이 날아오지만 이젠 아이(eye)쇼핑을 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충동구매를 일으키곤 했던 TV홈쇼핑 카드 지출액도 줄었다. 여성 1인당 소비액은 30대는 15만6000원에서 14만4000원, 40대는 16만6000원에서 14만5000원, 50대는 17만4000원에서 14만8000원으로 줄었다. 화장품도 아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화장품을 사는 데 쓰는 돈은 늘었지만, 2002년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예컨대 20대는 13만9000원에서 8만7000원, 50대는 31만5000원에서 19만3000원으로 화장품값을 줄였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여성들의 백화점 소비가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소비행태가 점차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클릭! 새책)거품..되풀이되는 금융위기 "왜?"
-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최근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값의 급등과 부동산 거품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단순한 논쟁의 수준을 훨씬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최대 관심사가 "지금 부동산에 투자해야 하느냐, 마느냐"가 됐을 지경이다. 거품은 어느 시대에나 금융시장의 한 모습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 거품의 덫에 걸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고점에 매수해 결국, 투기적 광기가 결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배워야 했다.투기적 광기에서 비롯되는 거품과 그에 뒤따른 금융위기에 관한 역사를 다룬 고전(古典) 최신판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돼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엘슨 MIT교수가 "이 책을 읽고, 또 읽지 않는다면 5년 안에 후회의 순간을 맞을지 모른다"고 평한 바로 그 책이다.새책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사진)는 17세기 화폐 변조시대와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광기부터 2001년 아르헨티나 페소화 위기까지, 지난 400년간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수십차례의 거품을 분석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금융위기를 야기하는 광기와 패닉, 붕괴의 진행과정과 궁극적 대여자(貸與者, the lender of last resort)의 역할 및 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킨들버거는 광기가 나타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새로운 혁신이나 발명과 같은 변위요인(變位要因, displacement)이 경제전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기회가 생겨난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자, 즉 빌린 돈으로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신용공급이 급격히 증가한다. 매수자가 늘어나니 자산가격이 오르고, 자산가격이 오르니 더 많은 매수자가 몰리는 피드백이 벌어진다. 광기다. 이같은 투기붐은 계속 이어지다가 보다 영리하거나 운이 좋은 친구가 시장에서 빠져 나간다. 가격 상승세는 멈추고,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팔 때라고 결정한다. 패닉이 시작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이 터지고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투자 결정을 부추겼던 광기에서 깨어난다.패닉은 더욱 강화돼 붕괴로 이어진다. 투자자들은 대출상환 요구에 시달리고, 결국 가격은 불문하고 팔아 치우기에 급급해진다. 붕괴는 더욱 가속화 한다. 마침대 궁극적 대여자의 개입으로 패닉이 멈출 때까지 금융위기는 경제전반에 가공할 충격을 미친다. 저자는 시장이 때로 비합리적일 수 있으며, 언제나 스스로 치유하지는 못하므로 궁극적 대여자가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궁극적 대여자의 개입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야기한다. 이에 "금융위기가 닥치더라도 궁극적 대여자가 개입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중들이 무모한 투기에 나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킨들버거는 강조한다. 아울러 어느 한 가지 논리에만 집착하는 교조주의적 접근방식은 단지 잘못된 것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과거에 일어난 금융위기로부터 진정으로 배우고 미래에 발생할 금융위기를 진지하게 대비하지 않는 한 거품은 다시 발생한다는 것. 로버트 솔로 교수는 서문에서 "광기와 패닉, 붕괴가 늘어나면 우리 모두가 곤경에 빠지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예방접종을 맞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고 단언한다. 킨들버거는 1910년 미국 뉴욕 출생으로 1948년부터 1981년까지 33년간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국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힌 인물이다. 2003년 타계하기 전까지 같은 대학의 석좌교수로 있었다. 생전에 30여권의 저서를 냈을 정도로 왕성한 저술활동을 전개한 킨들버거의 대표작인 저작으로는 `광기, 패닉, 붕괴`외에도 `국제경제학` `대공황의 세계` `서유럽 금융사` `경제 강대국 흥망사` 등이 있다. 이 책의 초판은 1978년에 나왔고, 이번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는 로버트 알리버 공저판은 2005년에 나온 제5판이다. 이 책은 개정판이 거듭될 때마다 새로운 금융위기가 추가됐다. 1989년에 출간된 제2판에는 다우존스 평균주가가 하루에 20%이상 폭락했던 1987년 10월17일 `검은 월요일`의 세계 금융시장 붕괴위기가 서술됐다. 1996년 출간된 제3판에는 1990년부터 붕괴가 시작된 일본의 거품경제와 1994년의 멕시코 경제위기가 나왔고, 2000년 출간된 제4판에는 1997~98년의 아시아 경제위기와 러시아 금융대란 등이 새로 추가됐다. 이번에 새롭게 펴낸 제5판에 추가된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0세기의 마지막 15년 사이 발생한 세 차례의 거품과 붕괴에는 체계적인 상호 관련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찰스 P. 킨들버거·로버트 Z. 알리버 지음. 김홍식 옮김.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