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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자판기는 편의점 본사와 일부 가맹점주의 숙원 중 하나였다. 현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완전 무인이나 하이브리드(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 점포로 전환하면 야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주, 맥주, 와인 등 주류 판매를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주류 자판기가 설치되면 이런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5곳 중 1곳은 심야에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성인 고객 역시 밤마다 문을 연 유인 편의점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무인 주류 자판기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뿐”이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 올라오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청원 글쓴이는 지난달 7일 “편의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니는 곳이고 특히 청소년이 방과 후 거리낌 없이 다니는 곳인데 (무인 주류 자판기를 설치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성인인증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부모나 지인 명의로 개통된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주류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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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목소리에는 “성인인증용 패스(PASS) 앱에서 지문이나 핀(Pin) 번호로 면허증 진위 및 신청자 동일인 여부가 확인돼야 등록이 가능하다. 신분증 도용 및 개인정보 유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휴대폰 내 안전 영역에 정보가 저장돼 위변조 및 탈취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BGF리테일은 지난 일주일 동안 청소년(청소년 보호법상 만 19세 미만인 사람)이 주류 자판기를 이용하다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전했다.
신중한 입장이던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는 19일 부랴부랴 서울 성동구에 있는 본점 내 직영점에 신세계I&C과 함께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주류 무인 판매 머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주류 자판기는 크게 일반 자판기, 스마트 냉장고 2가지 모델로 나뉘는데 AI 기반 기기로서는 이마트24가 첫 번째 사례라고 주장하며 뒤늦게 참전한 것이다. 스마트 냉장고의 경우 성인인증 후 신용카드를 삽입하고 외부에서 별도의 상품 선택 과정 없이 냉장고 안의 물건을 바로 꺼내기만 하면 AI 비젼과 머신러닝 기술에 의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CU는 이달 중 스마트 냉장고형까지 설치를 예고했는데 이마트24가 속도전으로 선수를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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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인 신세계I&C가 이마트24보다 BGF리테일과 더 가까운 협력관계를 연출하면서 뒷말이 나온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업계는 유독 1호, 단독, 독점 경쟁이 치열한데 이에 대해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가맹점주협의회장은 “현장은 대체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인데 본사끼리 자존심 대결을 하는 거 같다”면서 “향후 관리비 등 부수비용이나 도난·파손 등 안전문제 등을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