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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완의 합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관세를 완전 철폐한 게 아닌 데다 중국의 합의 여부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정도를 빼면 다른 민감한 이슈들은 두루뭉술하게 다루거나 아예 빠져 있어 2단계 협상이 쉽지 않은 험로를 걸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팜 벨트 표심 잡으려는 트럼프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이날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다.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는 류허 부총리가 각각 대표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의, 또 세계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고, 시진핑 주석은 친서를 통해 “큰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양측은 협정을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골자는 미국이 당초 계획했던 추가 관세를 보류 혹은 인하하는 대신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320억달러)·공산품(777억달러)·에너지(524억달러)·서비스(379억달러)를 향후 2년간 추가 구매하는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수출 품목(총 23개 제품)은 합의문에 명시돼 있다.
경제 전반에 긍정적이라는 관측도 많다.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의가) 금융시장을 떠받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관세 장벽을 낮추는 이득을 얻었다. 미국은 1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려 했던 관세를 보류하고 기존 1100억달러에 적용했던 관세를 15.0%에서 7.5%로 내리기로 했다. 나머지 2500억달러에 대한 관세(25.0%)는 유지하기로 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추정에 따르면 1단계 합의 이후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21.0%에서 19.3%로 떨어진다.
중국은 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시간 벌기’에 성공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중국이 이런 양보를 한 건 깊은 아이러니가 있다”며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조치는) 중국 경제가 혁신 주도로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은 분쟁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쪽에 기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국의 합의 이행 여부부터 회의적이다. 320억달러의 농산물을 중국이 사줄 수 있을 지가 특히 관건이다. 무역전쟁 이전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 규모는 연 200억달러 정도였다. 여기에 추가로 연평균 160억달러(올해 125억달러, 내년 195억달러)를 사들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려면 미국 제품을 미친듯이 수입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합의문을 통해 분쟁 절차를 명시했으며, 이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관세 전면전이 불거질 불씨가 남아있는 셈이다.
중국의 관세 완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변수다. PIIE에 따르면 무역전쟁 전인 2018년 초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3.1%로 추정된다. 이번 합의가 순조로워도 중국은 전보다 6배 이상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협상이 마무리되면 무역전쟁 때 부과한 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2단계 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무역전쟁은 계속된다는 뜻도 된다.
2단계 협상의 난이도가 1단계보다 높다는 점 역시 악재다.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등 민감한 문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보호 노력 강화 등은 이번 합의문에 담겼지만 강제성 없는 원칙론에 머물렀다. 두 나라간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화웨이 제재’도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