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소기업에 처벌 몰릴 것…위헌소송 우려도"

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근로자 사망시 CEO 처벌대상
"100인미만 사업장 준비 태부족…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법 규정 자체도 모호해 안전 보강보단 처벌 회피에 치중"
"위헌소송 제기 가능성도…시행 후 곧바로 법 손질 필요"
  • 등록 2022-01-26 오후 4:14:25

    수정 2022-01-26 오후 9:05:0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내일(27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다수는 준비가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해 19일 오후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법 자체가 모호해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천문학적인 투자하고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불황으로 예산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처벌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00인 미만 준비 태부족”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7일부터 중처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기업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법이다. 만일 근로자가 사망한 뒤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형을 처해질 수 있다. 특히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도 원청에 관리 책임이 있다면 원청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부는 중처법 시행 등을 통해 올해 말까지 산재 사망자는 700명대 초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828명으로 지난해 중처법이 시행됐다면 수사 대상이 됐을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190명에 달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한 처벌 규정을 동원해 정부가 산재 저감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부작용이 극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로펌을 활용한 대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가능성은 낮은데다,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안전 예산 확보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행까지도 중대재해 예방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준원 숭실대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는 “최근 중처법 관련 기업 컨설팅을 실시해 보니 100인 미만 사업장은 준비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중처법 자체를 모르는 기업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부 기업은 안전보건 체계를 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안전 인력을 채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중처법을 앞두고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안전 관련 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면서 중소기업이 안전보건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에서 중소 건설사 인력을, 중소 건설사는 그 아래 단계의 인력을 끌어오면서 작은 업체일수록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업무를 맡은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중소기업은 생존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라 중처법 준비는 대부분 미흡했다”고 전했다.

“법 자체 모호해 대응 준비도 안전 보강보단 처벌 회피 집중”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 교수는 기업 현장이 법 시행을 앞두고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장에서 기업들은 중처법을 지킬 의지가 있어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다”며 “중처법은 시행령도, 해설서마저도 모호해 기업에서는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운 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중처법으로 기업이 적극적인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나설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 달리 형사처벌 회피를 위한 천문학적인 투자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로펌에 20억가량을 지급하고 받는 150쪽가량의 보고서를 보면 안전보건 체계에 대한 부분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서 안전 체계를 보강하는 게 아니라 형사처벌 회피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마저도 받을 수 없는 중소기업은 정부의 무료 컨설팅과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현장 목소리는 기업의 궁금증에 대해 정부도 제대로 답변도 못 해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른 컨설팅을 받아보라는 식의 무책임한 소리까지도 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처법 시행 이후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위헌소송 제기로 혼란에 빠지기 전에 법을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청업체에 책임 떠넘기기 만연할 것…법 개정 서둘러야”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하청과 재하청이 만연한 구조에서 중처법이 오히려 하청업체에 안전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현재 50인 이하 사업장은 대부분 하청업체로 중처법이 2년간 유예된 상황”이라며 “원청과의 관계가 중요한 하청업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만 지기 때문에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이어 “현재 중처법은 법 체계 자체가 모호해 법리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이미 대형 로펌과 대응 준비에 나선 대기업 경영책임자가 처벌 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그러나 판례가 쌓이기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몰릴 것이고 이로 인해 하청업체 대부분이 책임 떠넘기기에 시달리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국회에서 중처법을 3년 동안 일시적으로 유예하고 현행 법 상 하자를 계속해서 치유할 수 있도록 재정비 해야 한다”며 “현재는 부작용이 너무 많아 제도적인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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