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 의미로 ‘그분’이라고 한다면 그분들을 제가 보여 드리겠다. 곽상도 의원, 박영수 특별검사, 최재경 전 민정수석, 권순일 전 대법관 등등 모두 박근혜 정부와 연관된 사람들이다. 돈을 받은 사람들이 ‘그분’ 아닌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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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그분’은 서민 위한다면서 임대주택 비율 축소”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대장동 그분’의 정체가 더 꼬이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한 ‘그분’의 실체를 밝히기보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엄호하는 여당과, 그를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간 힘겨루기로 흘러가고 있다.
‘그분’ 논란은 2009년부터 남욱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민영개발을 주도했던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녹취록을 전달하면서 불거졌다. 이 녹취록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에게 700억원을 받기로 했고, 김씨가 천화동인(화천대유 자회사) 1호 배당금 절반이 ‘그분’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실소유주 논란이 촉발됐다.
김도읍 의원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그분의 가면 뒤 실체는 서민을 위한다면서 임대주택용지 비율을 축소했다”며 “국민에게는 ‘기본 시리즈’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변은 돈벼락을 맞고 주무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며 노골적으로 이 지사를 공격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게이트 설계한 분이 이 지사, 실무자는 측근 유동규라는 게 파다하고 국민들도 안다”며 거들었다.
與 “시중에는 그분이 곽설, 김설, 홍설 등이 돈다”
하지만 야당은 구체적으로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으로 뇌물을 받았거나 천화동인의 실제 소유주라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는 이재명 지사의 역공 기회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바로 ‘그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분은 돈을 나눠 가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개발과 관련된 부정·비리가 너무 많은데 그 뒤에는 대개 정치·관료 세력이 있다”면서 “돈 사용처를 찾아보니 50억원을 받은 사람은 국민의힘 국회의원(곽상도) 아들, 고문료 받은 사람은 전 원내대표(원유철) 부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특검(박영수) 등인데 그분에 대해서 충분히, 엄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야당의 공세를 맞받았다.
여당도 지원사격에 나서며 프레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 대장동 사업 설계는 문제가 없지만, 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이들이 있고, 이들에게 ‘이익 몰빵’식 설계를 한 건 국민의 힘이라는 것이다.
민형배 의원은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 씨가 기자 시절 쓴 칼럼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친분조차 없는 이 지사를 ‘그분’이라 부를 리 없다”며 “시중에는 대체 그분이 누구냐, 곽설(設), 김설, 홍설 등이 돈다”고 했다.
남욱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다”
대장동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이 정쟁으로 번진 가운데 대장동 ‘키맨’들은 모르쇠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만배씨 측은 “녹취록에서 그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며 “천화동인 1호 소유자는 김씨”라고 반박한다. 남욱 변호사도 18일 체포되기 직전 JTBC와 인터뷰에서 “내가 알고 있는 한 이재명 지사와 거기(천화동인)는 관계가 없다”며 ‘그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윗선으로 수사가 번지지 못하도록 사전에 입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를 체포하면서 ‘대장동 4인방’ 진술을 모두 확보했고 이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따진다면 ‘그분’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