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y리포트)규제가 시장을 죽인다

  • 등록 2004-05-11 오후 4:59:15

    수정 2004-05-11 오후 4:59:15

[edaily 공동락기자] 우리 금융시장에는 수백조원의 자금이 굴러 다닙니다. 저마다 주식이다 채권이다 투자할 곳을 찾지요. 자금을 굴리는데도 룰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장내에서 만들어진 원리고 또 하나는 감독당국이 만든 규제입니다. 두가지 룰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가끔 규제가 지나쳐 시장을 죽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권부 공동락 기자는 투신사 상품중 하나인 MMF에서 그런 경우를 목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MMF(머니마켓펀드)는 딱히 투자할 곳을 정하지 못했거나 어느 한곳에 묻어 두기가 곤란한 단기자금을 굴리는 수단입니다. 경제 전반적으로나 금융시장 앞날이 불안할 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MMF가 문제입니다.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데 펀드매니저는 투자할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투자자들은 쥐꼬리만한 수익에 실망하지요. MMF의 존재의의마저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물론 최근 수년간 금리가 워낙 낮아지는 바람에 과거처럼 안전하면서도 쏠쏠한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투자할 만한 대상은 정해져 있는데 자금이 몰리니 수익은 더 줄어들 밖에요. 하지만 MMF가 큰 문제로 부상한데는 감독당국의 책임이 큽니다. 워낙 까다롭고 복잡하고 엄격하게 운용을 규제하다 보니 펀드매니저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할 정도라는 겁니다. MMF는 주로 채권이나 기업어음에 투자하는데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우량물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또 모든 투자대상의 만기 평균이 90일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안전하게, 그리고 단기로만 자금을 굴리라는 거지요. 얼마전 금융감독원은 MMF에서 취급할 수 있는 채권의 신용등급을 AA급 이상으로 한정하고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의 평균 만기를 120일에서 90일로 축소했습니다. 아울러 동일한 자산에 대한 투자한도를 신용등급별로 차등을 두어 2~5%로 분산하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얼핏 복잡해 보이는 규정을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해 SK사태 이후 촉발된 MMF 환매 대란과 같은 사태를 미리 방지하자는 거죠. 그렇지만 문제가 될 만한 여지를 무조건 막고보자는 금감원의 감독규정은 곧바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과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MMF는 원래 단기물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만기가 길지 않은 국공채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주요 투자처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금운용수단의 큰 축 가운데 하나인 회사채나 CP가 제한 규정으로 사실상 투자가 원천봉쇄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겁니다.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나오는 물량마저 경쟁이 치열해 수익률을 맞추기가 빠듯해졌습니다. 시중 투신운용사의 한 운용역은 "지나치게 리스크 방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사실상 회사채를 사지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합니다. 물론 MMF의 규모를 더 늘리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실수도 있지만 자금의 성격상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MMF는 펀드인 동시에 해당 운용기관의 자산 규모를 가늠하는 일종의 예탁금입니다. 당장에는 대기하고 있지만 언젠가 투자처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예비적 성격의 자금으로 일시적인 부담이 있다고 팽개칠 수 없습니다. 전체 펀드시장에서 MMF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릅니다. 이로 인해 투신업계에서는 MMF 수익률을 맞추다보면 운용 보수깎기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볼멘소리를 털어놓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MMF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선언하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나 봅니다. 투자자들 역시 감당할 부담은 적지 않습니다. 낮은 수익률로 인해 돌아오는 `파이`의 규모가 줄어들었고 아직도 시중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의 원리하에서 정부의 역할은 원활한 시장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개입이 당초 유지되고 있던 틀을 훼손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개입 이전보다 클 경우 그 정책은 다시금 검토해야 할 대상입니다. 감독과 규제의 차이를 잘못 파악해 MMF를 위한 변명을 더 이상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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