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짧은 잔디, 느린 그린'..디오픈의 3가지 변수

  • 등록 2022-07-14 오후 8:25:00

    수정 2022-07-14 오후 9:44:27

폴 로리가 1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제150회 디오픈 첫날 1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Richard Heathcote/R&A/R&A via Getty Images)
[세인트앤드루스(스코틀랜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오전 6시 35분. 찬 공기가 가시지 않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번홀(파4)에서 폴 로리(스코틀랜드)와 웹 심슨(미국), 이민우(호주)가 차례로 티샷하며 제150회 디오픈(총상금 1400만달러·우승상금 250만달러) 개막을 알렸다.

1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선 올해 역사적인 150회의 클라레저그 주인공을 가리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개막 하루 전 오후. 오전부터 불어온 바람은 더 거세져 최대 시속 27마일에 이르렀다. 선수들이 조끼나 니트 같은 겉옷을 꺼내 입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바람과 달리 날씨는 화창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장관을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오후 2시 30분께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찬 소나기를 퍼부었다. 약 30분 뒤 비가 그치자 기온은 조금 더 떨어졌다.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의 전형적인 날씨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를 거듭하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제150회 디오픈 우승자를 가릴 첫 번째 변수다.

선수들도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에 신경을 쓴다. 오후가 되면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는 걸 잘 아는 선수들은 자신이 경기에 나설 때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대하곤 한다.

개막 첫날은 조용하게 시작했다. 현지시간 오전 6시 35분 첫 조가 출발해 오후 4시 16분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오전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았으나 바람의 세기는 시속 7~10마일 정도로 잠잠해졌다. 최저 기온은 섭씨 12도, 최고 기온은 19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다. 이 정도 조건이면 오전 일찍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에겐 축복인 셈이다.

“이렇게 짧은 잔디는 처음 경험해본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처음 온 조민규(34)는 첫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깜짝 놀라며 당황했다.

2007년 데뷔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 무대에서 활동해온 조민규는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에서 처음 경기한다. 무대만 다를 뿐 똑같은 코스에서 경기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상황은 달랐다.

6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페어웨이 지면이 단단하고 잔디는 짧은 게 특징이다. 총 전장은 7536야드까지 나오지만, 대회 기간엔 7313야드 전후에서 경기를 치른다.

페어웨이 잔디는 페스큐(Fescue·한지형 잔디의 일종)와 벤트그래스(Bentgrass)로 이뤄졌고 길이는 7.5mm 수준을 유지한다. 2주 전 열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의 페어웨이 잔디 길이는 9.5mm 지난주 끝난 존디어 클래식에선 10.16mm였던 것과 비교하면 짧다. 선수들은 “타이트하다”고 표현한다.

잔디의 길이가 짧아지면 공은 지면과 더 밀착해 정교하게 쳐야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보낼 수 있다. 특히 어프로치 상황에선 더 정교해야 한다.

“빠른 그린에서 경기하다 느린 그린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관건이다.”

케빈 나(미국)는 공식 연습 첫날 연습 그린에서 공을 굴린 뒤 “내 장점은 퍼트인데 이번 대회처럼 느린 그린에 얼마나 빨리 적용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그린 잔디 품종은 포애뉴아다. 길이는 0.138인치를 유지하고 빠르기는 3.5m 정도 수준으로 맞출 예정이다. PGA 투어 대회 평균과 비슷하지만, 최대 4m까지 빠르게 유지하는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는 조금 느린 정도다. 하지만, 케빈 나처럼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 빠르기는 일반 대회보다 빠르지 않다.

올드코스 그린의 속도를 빠르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해풍 때문이다. 강한 바람 탓에 그린의 속도를 빠르게 하면 공이 멈추지 않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현상이 나오기도 한다.

올드코스에선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이른바 ‘우탄 금지’다. 1번홀에 나가 9번을 거쳐 18번홀로 돌아오는 코스는 양 방향으로 엇갈려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일부 겹치는 홀에선 페어웨이를 같이 쓰기도 하고, 하나의 그린을 2개의 홀에서 쓰기도 한다. 즉, 오른쪽은 거의 OB구역으로 이뤄져 있거나 긴 풀 숲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훅은 괜찮지만 슬라이스는 안 된다”고 말한다.

케빈 나는 “이곳에선 슬라이스가 나면 거의 OB다. 무조건 왼쪽으로 쳐야 한다”고 했고, 임성재는 “1번홀은 18번홀과 페어웨이를 같이 써 엄청 넓어 가운데로만 치면 되는데, 그래도 오른쪽으로 공이 날아갈 때가 있다”고 신경을 썼다.

어떻게 쳐야 하고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 다 안다. 중요한건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그 모든 걸 누가 더 잘 실천하느냐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홀 배치도. (사진=디오픈 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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