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시티"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등록 2002-04-15 오후 6:50:59

    수정 2002-04-15 오후 6:50:59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일본 경제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일본에 진출했던 외국기업들은 실적이 안 나온다고 아우성을 치고 급기야 대규모 엑소더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금융기업인 "시티그룹"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영업을 강화하겠답니다. 과연 시티가 이처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동락 뉴욕특파원이 살펴봤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때 "아니오" 라고 말하는 친구가 좋다는 CF가 있습니다. 자기의 소신을 자신감있고 떳떳하게 표현할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왠지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신이 있다라는 느낌보다는 용기가 대단하다는 쪽으로 해석이 되던군요. 저 역시 세파에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현대인이라 그 용기가 몹시 부러웠나 봅니다. 물론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CF나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 기업이 투자를 할 때 "단순한 용기"와 "진정한 소신"의 차이가 과연 무엇인지 저 자신도 판단이 잘 서지않아 여러분과 함께 고민을 나눴으면 하는 마음에서 먼저 몇 말씀 드렸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증권사 USB워버그가 일본 지점내 VIP 개인고객을 상대로 하는 영업(프라이빗 뱅킹)부문을 폐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제뉴스 특히 해외기업뉴스를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워버그, 너도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UBS뿐만이 아닙니다.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챨스스왑, 소시에떼제너널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세계 굴지의 금융기업들이 일본시장을 떠나기 위해 이미 짐을 쌌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에서 수익을 못 올리기 때문이죠. 10년 동안의 장기불황에 일본인들 특유의 보이지 않는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로 수익성이 안 맞으니 불과 몇 년을 못 버티고 나가 떨어진거죠. 그러나 이런 대세에 역행하겠다는 기업이 있습니다.한술 더 떠서 단순히 일본시장에 남아있겠다는게 아니라 투자도 늘리고 사람도 더 충원하겠답니다. 뒷북을 치는 건지 아니면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기업이 다름아닌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 "시티그룹"이라는 점입니다. 시티그룹은 지금까지 약 80억달러라는 거금을 일본 땅에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전체 해외영업 부문이 벌어들인 순익중 8%에 해당하는 13억달러의 수익을 일본에서 올렸습니다. 처음 일본에 진출했던 4년전과 비교하면 순익이 3배나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쯤 들으시면 일부 독자들께서는 시티그룹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나 보다" 하실겁니다만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일본의 금융부문 특히 은행부문은 해마다 "3월 위기설", "10월 대란설"과 같은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어머어마하다는 부실채권 문제와 함께 주가는 1989년 사상최고치에 비해 무려 70%나 폭락했으며 실업률은 매월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시티그룹 역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소매금융 사업의 경우 해마다 실적증가세가 둔화되있으며 개인들의 심리위축으로 향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시티그룹의 일본내 증권부문 파트너 닛코코디얼증권과의 보이지 않던 갈등이 이제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시티그룹이라고 별로 나을 게 없는 게 일본내 금융환경입니다. 시티의 경영진들도 그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자신들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순진하지 않으며 일본의 장기불황에 적지않게 노출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일본내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다른 금융기관이 다 쓰러지면 결국 고객들이 자신들에게 오지 않겠냐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티의 끝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시티그룹은 일본에서 거둔 성공의 비결을 철저한 현지 토착화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객들이 자신들을 외국기업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할 만큼 인식을 심어뒀다는 거죠. 실제로 시티는 주식영업을 할때도 닛코코디얼과의 파트너쉽을 통한 영업만 할뿐 자신들을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또 여성고객우대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데 이는 아주 일본적인 영업방식입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금융애널리스트 헨레 멕베이는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한 후 "시티는 거의 모든 사업부문을 토착화시켰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게 바로 "수익성"이란 원칙입니다. 현재 시티그룹의 일본내 개인 대출금리는 최고 29.2%에 달합니다. 그러나 시티가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는 1%에도 못 미칩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수익기반은 없는 셈이죠. 그러니 당연히 개인대출사업을 더 강화하겠답니다. 일본인들을 "모방의 천재"라고 합니다. 이런 일본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시티그룹을 보면 "뛰는 놈위에 나는 놈 있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현지토착화에 "수익성"을 최우선한 경영전략,"위기를 기회"로 역발상한 도전정신까지 염두해둔다면 일본의 금융위기나 경제불황이 단순한 악재로만 여기지지 않는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시티에겐 과연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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