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대모' 박정자, 서울연극센터 관객에 '깜짝 선물'[알쓸공소]

지난 24일 열린 '퇴근 후 공연 전'
50명 관객에 음료 선물…연극 이야기 함께 나눠
"연극의 아름다움, 배우·관객 휴머니티 만날 때"
대학로에 위치한 연극 플랫폼, 최근 재개관
  • 등록 2023-05-26 오후 1:05:00

    수정 2023-05-26 오후 1:05:00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가 오늘 여기 오신 분들에게 차를 한 잔씩 살게요.”

지난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에 갔다 ‘연극계 대모’로 불리는 배우 박정자 선생님으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현장에 있던 관객 50여 명에게 음료를 쏘신 건데요.

박정자 선생님은 이날 서울연극센터 재개관 기념 토크 프로그램 ‘퇴근 후 공연 전’으로 관객과 만났습니다. ‘퇴근 후 공연 전’은 ‘관객의 퇴근과 연극인의 출근 사이의 시간에 일과 연극, 연기와 삶 등을 주제로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입니다. 이날 박정자 선생님의 대화 상대로는 최근 서울시극단에 입단한 배우 정원조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토크 프로그램 ‘퇴근 후 공연 전’에서 배우 박정자(왼쪽), 정원조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장병호 기자)
저도 이날 퇴근 이후 저녁 공연 관람까지 시간이 비어 있어 현장을 찾았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은 평소보다 더 가까이서 관객과 만나 그런지 여느 때보다 즐거워보였습니다. 선생님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들으며 그야말로 재미로 꽉 찬 1시간을 보냈습니다. 관객들도 기존 토크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박정자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게 진짜 연극”이라고요.

이날 행사에서 박정자 선생님은 최근 공연을 마친 연극 ‘장수상회’ 이야기를 시작으로 1950년 9살 때 연극 ‘원술랑’으로 처음 연극과 만난 이야기, 1962년 대학교 2학년 때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습니다.

선생님의 명언으로 가득한 대화 시간이었는데요. 특히 “배우는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정자 선생님이 데뷔작인 연극 ‘페드라’에서 주인공이 아닌 왕비의 시녀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대사는 단 16마디였죠. 처음엔 무척 속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연극배우 박정자는 없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페드라’로 데뷔하고 30년 뒤 극단 자유 멤버로 활동할 때 ‘페드라’를 다시 공연하게 됐어요. 회의를 하는데 주인공 페드라 역 배우를 외부에서 데려오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눈 똑바로 뜨고 말했어요. ‘그 역할, 제가 할게요’라고요(웃음). 두 번째 연극이었던 ‘위기의 여자’ 때도 그랬어요. 연출가 임영웅 선생님이 저보고 주인공을 할 배우를 추천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배우’가 여기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말했어요. ‘선생님, 박정자는 안 되느냐’고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토크 프로그램 ‘퇴근 후 공연 전’에서 배우 박정자(왼쪽), 정원조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장병호 기자)
흔히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박정자 선생님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죠. 정원조 배우도 짐짓 놀란 분위기였습니다. 정원조 배우는 “선생님처럼 말씀할 수 있는 건 대단한 용기이고 자신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박정자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자신감이 타고 나는 건가? 가지면 되는 거지”라고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때려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꼭 배우가 아니어도,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를 먼저 하기보다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니까요.

이날 행사 말미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가슴 깊이 박혔습니다.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함께 만날 때, 연극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어요”라고요. 아마 저와 함께 있던 50여 명의 관객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래서 우리는 연극을 보는 게 아닐까요.

서울연극센터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연극 중심의 플랫폼입니다. 최근 3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는데요. ‘퇴근 후 공연 전’은 다음 주까지 이어집니다. 오는 31일 오후 6시 30분엔 배우 손숙 선생님과 배우 황은후가 출연할 예정입니다. 6월 이후에도 연극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서울연극센테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서울연극센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극센터 전경. (사진=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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