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갈등)④싸움공화국..미래가 없다

대립, 반목, 갈등의 연속..커뮤니티 무너지고
사회적 합의기구까지 붕괴.."거리로 나서는 수 밖에"
`후세대에 고통 넘겨줄 것인가`
  • 등록 2006-12-14 오후 3:02:00

    수정 2006-12-14 오후 4:00:36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특수직역 연금 개혁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8000여명의 전현직 공무원과 교사, 군인들이 집단시위를 위해 길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앞으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투쟁방침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신뢰와 합의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결한 전례가 없다. 그래서 억울하다 싶으면 무조건 파업부터한다는 타성에 젖어버렸다."

서창수 순천향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바라보며 `우리나라가 합의보다는 싸움에 익숙해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해외 원정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마찰에서부터,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노조파업, 고소득자와 서민간, 호남과 영남, 서울 강북과 강남 등 해묵은 갈등까지 모두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모든 국민이 당사자일 수 밖에 없는 연금개혁은 이 같이 쌓여있는 사회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 갈등의 도화선이 당겨졌다

연금 개혁을 통해 정부와 민간, 세대간, 가입자간 마찰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사회 도처에 내재돼 있던 갈등 구조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 연례화되고 있는 화물파업과 운송대란
폭력과 공공기관 방화사태로까지 번진 최근 한미 FTA 반대시위는 이해 당사자간 반목의 골이 심각한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반 FTA 시위의 주력은 값싼 미국 농산물에 `밥줄`을 뺏길 것으로 걱정하는 농민들. 대화는 커녕 "불법 폭력에 더이상 관용은 없다"고 선포한 정부와 대립각만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연례화됐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첫 총파업이 노조의 백기투항으로 끝나자 당시 정부는 원칙대응이 성공했다며 자축했다. 그러나 그때의 불씨는 그대로 살아 남아 매년 물류대란을 발생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노조의 하투도 해마다 경제를 몸살들게 한다. 수출이 타격을 입고 대외 신뢰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한두해째 나온게 아니지만, 나아질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 

부자와 영세민 사이에는 메우기 어려울만큼 깊은 골이 패였다. 서민들은 부자를 `범죄집단` 가리키듯 손가락질하고, 부자는 서민들을 향해 `발목잡는다`고 공박한다. 지난 3분기 들어 상위 20%와 하위 20% 가계의 소득 격차는 7.8배로 확대됐고, 집값 폭등세를 계기로 이들 사이의 갈등은 70, 80배 벌어졌다.

◇ 사회적 합의기구까지 무너져


▲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노조가 시위를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총리실 산하의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탈퇴키로 결정했다. 연석회의가 더이상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의미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8월부터 연석회의에서 연금개혁안에 대해 논의해 상당히 진전을 보았지만, 이번 국회 처리 과정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연금 개혁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에 개혁 과정이 가장 중요한데도 정부 여당에서 독단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 기구가 허울뿐이라는 것을 경험한 이상 앞으로 연석회의는 무력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사회적 합의가 무시됐다는 지적은 비단 국민연금 뿐 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내년 국민건강보험료 6.5%인상안을 가입자단체의 동의없이 표결처리했고, 급기야 시민단체들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노사정위원회도 민주노총의 탈퇴로 공전을 거듭했다. 정부와 노동계, 재계와 노동계의 마찰에서 나아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5년간 끌던 비정규직 법안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통과됐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뿐인가.

교원평가제, 작통권 환수,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학법, 한탄강 댐 건설, 용산 민족공원 건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건설등 갈등 요소는 도처에 깔려있다.

◇ "커뮤니티 붕괴"..미래 암울

이렇게 사회적 합의 기구가 제 구실을 해내지 못하고 집단간 갈등이 증폭 확대되기만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사회 전체적인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서창수 순천향대 교수는 "이제껏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 기구는 대표성을 갖지 못했고 협상의 약자들은 정부를 믿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국민들끼리의 반목을 더욱 키우게 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사회 커뮤니티 붕괴와 합의 기구의 기능 마비가 몰고올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들은 이미 사회적 합의도 없이 무리하게 실시된 의약분업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가를 직접 겪고 있다.

서민들은 병원과 약국을 찾는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진 건강보험 재정을 채워주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고통의 연속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갈등을 부추기기만 하고 해결을 늦추면 경제나 사회가 앞으로 나가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 고통은 현 세대보다 후세대가 더 뼈아프게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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