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1%p 올릴 때마다 美은행 미실현손실 186조원

연준 긴축에 작년 美금융사 미실현손실 80배 폭증
자기자본 대비 30% 달해…금리 1%p마다 1440억달러
SVB와 재무구조 유사한 중소은행에 대한 불안 여전
금융안정이냐, 물가안정이냐…깊어지는 연준의 고민
  • 등록 2023-03-24 오전 11:44:53

    수정 2023-03-24 오전 11:44:5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미 금융회사들의 채권 투자·운용에서 180조원이 넘는 미실현 손실이 발생,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연준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AFP 제공)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채권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미 금융회사들의 미실현 손실은 지난해 말 기준 총 6204억달러(약 800조원)로, 2021년 말 79억달러(약 10조 1900억원)에서 1년 만에 80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말 미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약 2조 2000억달러·약 2838조원) 대비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은 4.25%포인트, 단순 계산하면 금리를 1%포인트 올릴 때마다 평균 1441억달러(약 186조원) 가량 미실현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를 포함해 최근 미 은행권 위기에 연준이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SVB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었는데, 가파른 금리인상이 투자 손실을 키우면서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및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닛케이는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것은 2021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에 SVB 등 미 중소 은행들이 대응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SVB 사태로 당초 예고했던 0.5%포인트 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0.25%에서 4.75~5%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인상폭이 가파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연준은 이번 FOMC 이후 최종금리를 5.1%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치로 월가 예상치(5.375%)보다 낮다. 5월 FOMC에서 한 차례만 더 금리를 인상한 후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은행권 위기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FOMC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SVB는 유동성 및 금리변동과 관련해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 사례일 뿐, 미 은행 시스템 전반에 퍼져 있는 리스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SVB처럼 미실현 손실이 발생한 채권을 무리하게 매각하는 중소 은행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채 액면가를 담보로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대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미실현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한편으론 여전히 위험이 잔존하고 있음을 시사해 은행들의 투자·운용에 제약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미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나 퍼시픽웨스턴은행은 자금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모든 은행의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blanket insurance)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 은행주 주가는 연일 요동치고 있다.

닛케이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파월 의장의 노력에도 SVB와 비슷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두고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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