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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난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 최고경영자는 최근 바이오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대부분 변변한 수익모델 하나없는 바이오벤처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바이오벤처들에 대한 투자 물줄기가 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업계가 생존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바이오섹터는 투자 1순위로 꼽히며 투자금이 물밀듯 몰려들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 상황이다.
이번 바이오 투자가뭄은 무엇보다 바이오 벤처는 대표적 ‘천수답(天水畓)’ 비즈니스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천수답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에만 의존해 벼농사를 하는 논을 의미한다. 비가 오지 않는 가뭄에는 논바닥이 말라붙어 벼농사도 망치게 된다. 한국의 바이오 벤처도 유일한 생명수인 투자금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존속이 어렵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천수답과 판박이다.
천수답에서 벗어나 가뭄에도 벼농사를 지을수 있는 해법은 수로나 저수지 등 관개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바이오벤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 가뭄에도 연구개발을 지속하면서 생존을 담보하려면 지속적 수익을 창출할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회사 출범 때부터 신약개발과 별도로 다른 수익원을 병행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바이오를 전문으로 하는 창업자가 설립초기부터 여타 비즈니스를 병행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바이오 벤처는 여전히 출범 때부터 오로지 신약개발이라는 한우물만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기업일수록 창업자마다 자신이 세운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 수익구조가 검증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벤처 가운데 하나를 인수합병하려고 하는데 쓸만한 벤처는 몸값이 너무 높아 딜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바이오 벤처 창업때부터 어떤 환경속에서도 신약개발을 지속할수 있도록 별도의 수익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했어야 하는데 만시지탄이다.”
어찌됐든 살아남아야 신약개발도 언젠가는 성공할수 있다. 특히 신약개발에 십수년동안 최소 수천억~수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별도의 지속적 수익창출원을 확보하는 것은 어쩌면 K바이오 벤처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조건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