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창립 67주년 기념사

  • 등록 2017-06-12 오전 9:00:00

    수정 2017-06-12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주년 기념식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념사 전문이다.

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오늘은 우리 한국은행이 창립된 지 67주년 되는 날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은행과 나라 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선배님들, 그리고 한국은행을 성원하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오신 임직원 여러분께도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여전히 완만하지만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금년 중 경제성장률이 지난 4월에 공표한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방안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안팎의 경제환경을 보면 이와 같은 성장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하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잠재해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해 주요국과의 통상관계가 악화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미 연준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수시로 확대시키고 나아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의 활력 회복을 더디게 하는 구조적 난제들이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부문간 불균형,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이 성장잠재력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 고도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지연되면서 생산성 향상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계의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성장 모멘텀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우리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경쟁제한적 규제 완화,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을 통해 기술 혁신이나 신산업 등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부문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경제주체들이 합심하여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은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 한국은행이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항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당분간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등 금융안정 관련 주요사항에 유의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정책들이 입안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 경제정책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등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이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 정책이 경제 발전을 보다 잘 이끌 수 있도록 우리의 조사?연구 역량을 활용하여 실효성과 현실적합성이 높은 정책대안을 적극 제시해야 하겠습니다.

금융안정을 위한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요인인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가계부채 동향 모니터링, 증가요인 분석, 리스크 평가 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감독당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경제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잘 유지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환율이나 자본유출입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의 전개 방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합니다. 금융·외환 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에는 상황에 적합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주요 국제기구 및 지역협력기구와의 금융협력 등을 통해 중층적인 금융안전망을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IT와 금융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지급결제업무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지급결제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를 꾸준히 확충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디지털화폐 이용의 확산이 통화정책 여건과 지급결제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중앙은행이 경제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최적의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여건에서도 중앙은행에게 주어진 이와 같은 기본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나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고 국민으로부터도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조직구성원 각자가 자기계발에 힘써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또한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중앙은행에 대한 외부의 요구와 경제상황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이 통화정책을 잘 이해하고 정책방향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공공부문 종사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이나 사회적 책임이 더 높아지기 마련이고 중앙은행 임직원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관이나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하겠습니다. 조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중앙은행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자기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 배려에 솔선수범함과 아울러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오늘 창립기념식은 지난 50여 년간 우리와 함께해 온 이곳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행사여서 감회가 더욱 깊습니다. 한국은행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통합별관 건축과 본관 리모델링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근무장소 이전 및 건축 과정에서 안전사고나 보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는 한편 국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오늘 창립기념행사를 준비한 관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임직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2일

총재 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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