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과열 경쟁에 잇단 경고…왜?

금융감독당국, 카드대란의 악몽 생생
선제대응 차원..`주유·백화점서비스` 유탄
  • 등록 2006-09-15 오전 11:02:55

    수정 2006-09-15 오후 2:25:35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신용카드사의 `과열 경쟁`이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는 추석 등 연중 몇 안되는 이벤트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입장이나 이를 바라보는 금융 감독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조기 진압하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서다.

◇ 과열 경쟁은 어디서?

과열의 징후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주유할인과 추석 이벤트를 앞둔 백화점 연계서비스다.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쉽게 놓칠 수 없는 서비스들이다 .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말해주듯 기름 값을 내는 카드는 고객의 메인카드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급여계좌를 묶어낸 카드 메인화가 아직은 좀 더 우위에 있지만, 이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진 것이 주유할인 서비스다.

리터당 30~40원에 불과했던 할인율이 100원대까지 올라온 것은 그 만큼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 할인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회사가 받는 충격은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 30~40원의 할인혜택을 줄 때는 대개 그대로 현찰을 할인해주는 방식이었으나 지금은 이를 포인트로 제공, 상대적으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구조라는 것.

감독당국도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카드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게 주임무이지만, 카드사가 견딜 수 있는 범위내에서 경쟁을 통해 고객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 "은행계 현금대출 신경 쓰이네"

그럼에도 감독당국은 몇가지 점에서 최근의 카드사의 경영지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고객 서비스 확충이 아닌 몇가지 과열의 모습을 분명히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업 카드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은행계 카드사가 과열경쟁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LG카드 매각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카드사간 경쟁이 가열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으나, 경쟁의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올들어 카드 이용실적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소비경기의 하락 탓이 크다. 그러나 예상외로 카드사의 부대업무 비중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의 부대업무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사실상 대출상품이다.

박대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카드사의 부대업무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고, 전 카드사가 규제비율인 50%를 하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2분기 카드사의 부대업무 비중은 37.8%로 전분기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부대업무 비중이 하락하던 추세는 분명히 달라졌다. `0.2%포인트 줄었다`보다는 `0.2%포인트밖에 안줄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은행계가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겸영은행들의 부대업무 비중은 전분기에 비해 0.5%포인트 늘었다. 전업사보다는 은행계가 이번 `카드사 과열`의 주범으로 몰리는 이유다.

은행계의 현금대출 비중 확대는 결국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문 대출억제와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 억제로 은행들이 보유 유동성을 카드대출로 밀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 당국 "선제적 대응" 불가피

이 같은 상황에서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월례조회에서 "시장점유율이 5.5%로 약진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10% 정도가 돼야 한다"면서 카드 영업 드라이브를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카드영업 활성화를 천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 이용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데, 과도한 경쟁이 촉발되면서 결국 현금대출 부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분석인 셈이다.

카드사의 현금 대출은 지난 카드대란의 주범이었다. 그 만큼 감독당국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부대 업무 비중이 규제 비율을 훨씬 밑돌고 있다고는 하지만, 더 줄일 수 있다면 줄이고 싶은 게 감독당국의 솔직한 심정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 하락 속도가 둔화됐다는 점을 유심히 보고 있다"며 "당국으로서는 과거 카드 대란의 교훈이 있는만큼 선제적인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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