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계단식 될 것"…'더 늦게, 더 적게' 우려 고조[월스트리트in]

3월 근원 CPI 3.8%↑…잡히지 않는 서비스물가
6월 금리인하 가능성 소멸…9월도 60%에 불가
연준내 인플레 논쟁 격화…일시적 vs 추세적
래리 서머스 "다음행보 금리인상 검토해야"
국채금리·달러 5개월만 최고치…브렌트유 90달러 돌파
  • 등록 2024-04-11 오전 6:20:36

    수정 2024-04-11 오전 7:11:4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식으로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은 계단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투자은행 찰스슈왑의 리차드 플린 전무이사)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됐고, 7월도 아닌 9월 금리인하로 후퇴하고 있다. 자칫 두차례 금리 인하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fewer)’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커진 것이다. 연준의 인플레와 싸움의 ‘라스트 마일’이 고비를 맞고 있다.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55%까지 치솟았다. 달러가치도 치솟으면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3월 근원 CPI 3.8%↑…잡히지 않는 서비스물가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9% 하락한 3만8461.51을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도 0.95% 떨어진 5160.64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84% 내린 1만6170.3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한(sticky)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3.7%)를 웃돌았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지표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볼 수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이 역시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석달 연속 0.4%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식품 등 포함한 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전월 대비 0.4% 각각 올랐다. 시장예상치는 각각 3.4%, 0.3% 였다.

주거비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며 전체 물가를 끌어 올렸다. 주거비는 전월대비 0.4%, 전년대비 5.7% 상승했다. 연준은 주거비가 갱신된 임대계약으로 임대료 인하 데이터가 계속 반영됨에 따라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고있지만, 여전히 수치상으로는 끈적했다.

주거비와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서비스물가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대비 0.65% 상승했다. 지난 1월(0.85%), 2월(0.47)에 이어 여전히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4.8% 오르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했다. 3개월 연율 기준으로는 8% 이상을 기록 하는 등 매우 높은 수치다.

서비스 물가는 현재 연방준비제도가 주시하는 항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품 서비스 외에 서비스 물가 둔화세가 확인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둔화하지 않는 한 연준이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운용사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고용 보고서에 이은 인플레이션 지표는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 첫 인하 시기는 올해 중반 이후로 미뤄질뿐 아니라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연초 인플레에 연준내 논쟁 격화…일시적 vs 광범위한 인플레


이같은 우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더 강화됐다. 1~2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완화 선호) 간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 것이다. 회의록에는 “일부(Some) 참가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단순한 통계적 오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3월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곳(1∼2월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달랬다. 두 달 간의 수치가 (겨울난방비, 연초 소비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강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좀더 지표를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연준내에서는 적지 않은 매파(통화긴축선호)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CPI보고서로 연준 내 매파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금리 인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발표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시장에서는 올해 세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지고, 두차례 이하 인하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6월 금리인하 가능성도 거의 희박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장마감 시점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7%까지 뚝 떨어졌다. 7월 인하 가능성도 41%에 불과하다. 9월인하 가능성은 67.8%다. 자칫 두차례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금리인상까지 연준이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CPI가 나온 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다음 금리 행보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강한 매파 색채를 드러냈다. 그는 3월 CPI 지표는 금리 인상 위험을 높인다며, Fed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15~25%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사실로 볼 때 6월 금리 인하는 Fed가 2021년 여름 저지른 실수에 견줄 수 있는 위험하고 지독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2021년 인플레 위험을 과소평가하다 2022년 3월부터 빠르게 금리인상에 나섰던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은 것이다.

국채금리·달러 5개월 만에 최고치…10년물 국채금리 4.55%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기술주들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인텔(-2.95%), 테슬라(-2.89%), AMD(-2.13%), 마이크로소프트(-0.71%), 애플(-1.11%) 등 약세를 보였다. 다만 엔비디아는 1.97% 올랐다. 장초반 하락세를 보였지만, 저가 매수세가 밀려들어온 것으로 해석된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금리는 치솟았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오후 4시40분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8.2bp(1bp=0.01%포인트) 오른 4.548%까지 올라섰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무려 22.4bp나 튀며 4.971%를 기록 중이다. 30년물국채금리도 12.5bp 오른 4.624%를 나타내고 있다.

‘킹달러’ 현상도 다시 도래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거래일 대비 0.98% 나 오른 105.17을 기록 중이다.

달러·엔 환율은 0.77% 오른 152.94엔까지 오르면서 달러 가치가 엔화 대비 3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달러·엔 환율은 (엔화 약세). 달러·유로 환율도 1.02% 오른 0.93유로를 기록 중이다(유로 약세). 최근 금리를 인상한 일본중앙은행이 최근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에 맞서 엔화를 지지하기 위해 구두 경고를 쏟아냈지만, 달러강세에 엔화 하락세를 막는 것은 속수무책이었다.

국제유가도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98달러(1.2%) 오른 배럴당 8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1.06달러(1.2%) 상승한 90.48달러에 마감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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