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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두드러진 건 글로벌 달러화 강세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7.070으로 상승했다. 지난 13일 이후 9거래일 만의 최고치다.
안전자산인 달러화 몸값을 끌어올린 건 미국 자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세기의 담판’을 예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을 앞두고 갖가지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지난밤 언급은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협상이 잘 안 되면 예상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 인상을 보류해달라는 중국 측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미국은 내년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타결의 여지를 내비친 앞선 인터뷰와는 다소 달라진 톤이다.
역외시장에서부터 원화 가치는 떨어졌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29.75원에 최종 호가됐다. 이는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95원)를 감안하면 전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28.90원)와 비교해 1.8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장중 113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른 건 유로화 하락의 반작용으로도 풀이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유로존의 경기지표 둔화와 관련해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했다. 게다가 지난밤 나온 독일 기업환경지수는 102.0으로 예상치를 밑돌았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130원 중반대까지 급격하게 상승할 여지는 작아 보인다. 전날만 해도 그랬다. 이 레벨에서는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화 매도)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체크 포인트다. 장중 코스피 지수 등의 흐름에 따라 원화 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