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 가정용보다 비쌌다…4년만에 또 역전

1㎾h당 판매단가 153.7원 대 149.8원
산업용 위주로 전기요금 인상한 결과
원가주의 역행으로 시장 왜곡 우려도
  • 등록 2024-03-10 오전 11:32:59

    수정 2024-03-10 오전 11:32:59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가 이례적으로 가정용보다 비쌌던 것으로 집계됐다. 앞선 2년 전기요금을 약 40% 인상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요금 인상 폭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이하 한전)가 지난 8일 발표한 2013년 12월 전력통계월보의 종별 판매량 및 판매액을 판매 단가로 환산 시 전기 1킬로와트시(㎾h)당 판매 단가는 산업용과 가정용이 각각 153.7원, 149.8원으로 산업용이 3.9원 높았다. 4년 만의 역전이다. 지난 2019년에도 산업용이 106.6원, 주택용 105원보다 높았었다.

정부와 한전이 발전 연료를 포함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22년 이후 산업용 위주로 요금을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한전은 평균 전기 판매요금을 2021년 108.1원에서 2023년 152.8원으로 2년 새 41.4% 올렸는데, 종별로 주택용은 37.2%, 산업용은 45.7% 올렸다. 가령 지난해 11월 주택용을 포함한 나머지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대기업이 쓰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만 1㎾h당 10.6원 올린 바 있다.

산업용 요금이 가정용 요금보다 비싼 건 이례적인 일이다. 한전이 관련 통계를 제공한 1961년 이후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을 웃돈 것은 2019년과 2023년 두 번뿐이었다. 한 공장에서 대량·고압의 전기를 쓰는 산업용은 각 가정으로 나누어 공급(배전)해야 하는 주택용보다 낮다. 정부는 또 수출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 단가를 주택용의 절반 수준으로 낮게 유지해오기도 했다. 다만, 2000년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마다 산업용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린 결과, 그 격차가 크게 줄었고, 최근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경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년 기준 에너지 가격 통계에 따르면 OECD 38개국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는 주택용보다 25% 낮다. 당시엔 한국도 산업용이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비쌌고, 주택용 요금이 더 비싼 나라는 튀르키에와 리투아니아, 헝가리, 멕시코 등 일부 국가뿐이었다. 대부분 나라는 전기 판매시장이 개방돼 있고 자연스레 공급 원가가 싼 산업용 요금이 더 낮은 게 보통이다.

산업용 요금 역전은 국제 에너지 요금 부담을 떠안은 전력 공기업 한전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데는 적잖은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의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인 만큼 산업용 위주의 요금 인상은 한전의 수익성 개선에 더 큰 효과가 있다.

다만, 이처럼 원가주의에 맞지 않는 주택용 요금 ‘억제’가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에 요금 통제를 받는 한전은 지난 2년여간 발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파는 ‘역마진’으로 4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총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만 4조원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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