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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82·사진) 전주이강주 회장은 지난 12일 유럽 최대 와인 박람회 독일 뒤셀도르프 ‘프로바인’(ProWein) 현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뜨거운 지금이 한국 전통주 세계화의 최적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올 연말께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한국 전통주를 테마로 한 갤러리 ‘소주할래’(Soju Halle)를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소수 명인들에 의해 어렵게 전통주 명맥을 이어왔다면, 이제는 세계화에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이다.
“안방에서 좀 알아주고 대접해 준다고 만족해선 안 될 일이지. 한 해 1억~2억 원쯤 되는 돈 좀 벌려고 안에서 싸우고 하지 말고, 그동안 번 돈으로 투자도 좀 하고 해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지.”
◇양반술 이강주, 19~38도까지 대중화 성공
“해외로 나가는 양이 많지는 않아도 그래도 솔찬혀(꽤나 많아). 이전부터 해외로 내보내는 제품에 한글로 ‘이강주’라고 새긴 놈만 내보냈는데, 이제는 그쪽에서 그걸 더 원한다니께.”
조 회장은 1호 전통주 갤러리인 ‘소주할래’가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가 현지 파트너와 1년간 고민해 고안한 ‘소주할래’는 한국말로 ‘소주 한잔할래’라는 의미이지만, 독일어로는 ‘소주의 모든 것을 담은 공간(halle)’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조 회장은 “소주할래는 한국 전통주 문화를 알리는 공간인 동시에 판로를 개척하는 판매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강주 외에 다양한 종류의 민속주 전시 공간도 마련해 한국 전통주의 다양성을 보여줄 계획”이라고도 했다.
K푸드 세계화에 대해선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기는 ‘반주문화’는 동서양이 같은데, K푸드 세계화는 전통주를 배제한 채 한식에만 너무 집중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수(傘壽)의 나이에 비행시간만 14시간이 넘는 독일까지 날아와 전시회에 참여한 이유도 K푸드에 전통주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통주 세계화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정부가 허가를 내준 1300종이 넘는 전통주 가운데 품질 관리와 양산이 가능한 곳은 10종 남짓”이라며 “이것저것 다 전통주 타이틀을 달아 해외에 내놓기보다 검증되고 능력을 갖춘 제품부터 전면에 세워 ‘제값’을 받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