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가장 대중적인 한과, 국민스낵 ‘맛동산’

1975년 출시, 44년 된 국민과자 ‘맛동산’
TV 광고 최초 시도, 국민 CM송 만들기도
타사 스낵 대비 용량 2배, IMF 때 매출↑
윤영달 “국악으로 숨 쉬는 과자 만들라”
  • 등록 2018-11-23 오전 5:30:00

    수정 2018-11-23 오전 8:43:32

맛동산 패키지 변천사.(사진=해태제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해~태 맛동산!”(해태 맛동산 CM송)

1970년대 제과업계로는 최초의 시도였다. 과자가 TV 광고로도 나왔다. 그것도 당시 최고 인기 코미디언인 고(古) 배삼룡을 모델로 썼다. 광고가 대히트를 치면서 맛동산 CM송은 온 국민이 흥얼거리며 따라하는 ‘국민CM송’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사진=해태제과)
1975년 출시 두 달 만에 ‘품귀현상’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처럼 맛동산은 가족 다과모임에 빠지지 않던 과자였다.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의 원조, 이제는 국민과자가 된 맛동산은 1975년 출시 직후부터 과자 도매상을 중심으로 ‘맛 좋고 속 든든한 과자’로 입소문을 탔다. 당시 과자는 모두 도매 거래 중심이어서 도매상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던 시대였다.

‘맛동산 품귀현상’은 출시 두 달 만에 빚어졌다. 일 주문량이 생산량(일 100박스)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경기 안양공장에 신설 라인을 하루 온 종일 돌렸지만 공급이 달렸다. 서울 도매상은 물론 지방의 도매상들도 공장 앞에서 줄을 서서 제품을 받아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출시 첫해 500만 봉지가 팔렸고 1봉지당 100원으로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연간 750억 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단숨에 ‘메가 브랜드’로 올라섰다. 1980년에는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하며 연간 50억원을 넘었다. 이는 연 2500만 봉지로, 1초에 1개씩 팔린 셈이다. 당시 스낵 시장 규모가 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스낵 매출의 10%를 맛동산이 창출한 셈이다.

맛동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땅콩범벅’ ‘도드리’, ‘맛대장’, ‘엇더리’, ‘꿀맛이네’, ‘붐비나’ 등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미투(me too·모방) 제품’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 제품 모두 맛동산의 철옹성 같은 벽을 넘지 못했다. 맛동산 고유의 고소함과 바삭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맛은 모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봉지의 위를 묶은 복주머니형 패키지로 전통 과자가 주는 한국적인 정서를 살려 미투 제품과 맛동산을 한눈에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프=이동훈 기자)
푸짐하고 맛있어서 IMF 때 매출 ‘대박’

맛동산은 ‘혼(魂)’을 담은 스낵이다. 해태제과는 당시 한국형 튀김 스낵에 대한 시장반응이 좋자 한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반죽을 튀기고 당액을 코팅하는 전통 방식을 차용한 스낵 ‘맛보다’를 출시했지만 업그레이드판인 ‘맛동산’을 연구, 개발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맛보다 출시 6개월여 만의 결정이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달 간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소비자의 가장 큰 요구는 ‘맛도 좋고 양도 많은 제품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조사를 마친 해태가 연구에 몰입한 끝에 △전통한과 방식을 적용해 달짝지근한 당액을 코팅한 뒤 여기에 고소한 ‘땅콩’ 고물을 입혔고 △국내 최초로 스낵에 발효 공정을 추가해 부드러운 식감을 더하고 △최고급 식물성 채종유(유채씨에서 채취한 원유)로 튀겨 차원이 다른 고소함을 만들어 냈다. 채종유로 튀긴 과자는 팜유로 튀긴 것과는 달리 공기와 접촉할 시 불쾌한 기름내가 나지 않았다.

또 소득은 적고 가족은 많았던 당시, 맛동산 한 봉지면 넉넉한 과자 파티가 가능하게끔 했다. 기존 100g에서 200g으로 용량을 2배로 늘렸다. 당시 다른 스낵 대부분은 100g 수준이었다.

이 같은 맛동산의 강점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다른 스낵 제품들보다 2배가량 양이 많아 푸짐하고 든든하게 즐겨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불황 속에서도 월 매출은 50억원으로, IMF 전과 비교해 3배가량 늘면서 “맛동산 덕에 살맛난다”는 말이 해태제과 직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 당시 전체 스낵 시장에서 맛동산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맛동산의 패키지 디자인 대변혁은 2006년 시작됐다. 윤영달 회장이 “과자도 ‘하이터치’, ‘하이테크’”라며 문화적 감성과 기능성을 강조하면서다. 당시 윤 회장은 “제품 진열대도 캔버스나 마찬가지다. 똑같은 제품이 줄지어 있으면 심심하겠지만 맛동산처럼 다양하게 변형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맛동산 패키지에 ‘樂’(즐길 락)을 넣고 글자 디자인도 계속 변형하는 등 소비자들이 맛동산 포장지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유산균 발효한 맛동산.(사진=해태제과)
“국악으로 과자가 춤추게 하라”

맛동산 맛의 비결은 ‘발효’에 있다. 발효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다른 스낵 제품과 달리 무려 22시간동안 두 번의 발효공정을 거친다. 1차 발효(19시간)에서 배합 반죽에 수많은 공기층을 생성하며 찰진 반죽으로 발효하고 2차 발효(3시간)에선 반죽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성형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발효 시간이 너무 길면 막걸리처럼 시큼한 냄새가 나고 색도 변하는데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최적의 시간을 찾은 것이 핵심이다.

2006년 유산균 발효에 이어 2010년에는 국악 발효 공법을 도입했다. 발효과정에서 음악을 들려주면 효모 활동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서양음악보다 진동 폭이 훨씬 큰 전통 국악으로 더 활발한 효모작용이 일어나 부드러운 식감을 완성할 수 있다.

해태제과는 자사가 후원하는 ‘락음국악단’이 연주한 ‘뱃놀이’, ‘프론티어’ 등 13곡의 흥겨운 음악을 ‘반죽’에 들려주고 있다.

평소 ‘우리의 것’을 강조하는 윤 회장의 의견도 한 몫을 했다. 윤 회장이 이왕이면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음악으로 과자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한국인의 DNA가 살아 숨 쉬는 과자를 만들겠다는 의지에서다.

지난 1975년 출시돼 현재 44년이 된 맛동산의 누적 판매량은 총 29억 봉지(누적 매출 약 1조 5600억원)다. 국민 1인당 60봉지씩 먹은 셈이다. 길이로는 72만5000km로 제품을 모두 이으면 둘레가 4만km인 지구를 18바퀴 넘게 돌 수 있다.

해태 맛동산 누적 매출 추이 (그래픽=이동훈 기자)
연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4년간 매출을 보면 2015년 405억원, 2016년 461억원, 2017년 478억원, 올해 상반기 261억원을 기록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맛동산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생산 중단된 적 없이 판매되고 있다”며 “국내 스낵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발효과정을 거친다는 점이 고객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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