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카카오 대란, 플랫폼 규제 빌미 돼선 안된다

  • 등록 2022-11-01 오전 7:32:33

    수정 2022-11-01 오전 7:53:03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0월 15일 오후 3시 30분에 발생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서 시작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시간은 총 127시간 30분, 날짜로 치면 5일 7시간 30분 동안 지속됐다. 그야말로 거의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메신저가 다운되면서 우리 사회는 일대 혼란을 겪었다. 당연히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동일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번 사고의 원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인양 그래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진행 중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정위가 해당 시장 내 사업자에게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 시장 구조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의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나 과징금만으로는 독과점 규제에 부족하니 기업 분할까지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또 지난 정부 추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재논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거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과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시장지배력 평가를 위해 플랫폼의 데이터 수집과 보유 능력, 이용자 수 등 매출액 이외의 점유율 산정기준을 고려하며, 위반 행위도 멀티호밍 제한, 최혜국 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플랫폼의 사업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선 간이심사로 처리되던 플랫폼 기업의 이종 혼합형 기업결합을 원칙적 일반심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동안 학계 전문가 대다수는 독과점으로 인한 이용사업자, 소비자의 피해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의 도입이 플랫폼의 혁신을 훼손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국내 토종 플랫폼에만 규제가 적용되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글로벌 플랫폼에 비해 왜소한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지원할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법적 규제 대신 플랫폼에 대한 정책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실제 윤석열정부도 이런 이유로 법적 규제 대신 자율규제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서비스 먹통의 1차적 원인은 데이터 센터의 화재라는 우연한 사고였으며, 2차적으로는 서버 이중화, 데이터 백업의 미비였다. 데이터센터사업자에 대한 데이터 센터 점검,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기술적 안정성 대책 등 핀셋형 규제 도입을 논의하면 될 것이다. 자율규제 논의를 시작한 지 아직 반년이 되지 않았는데 성급히 과거로의 회귀를 결정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부동산 분야 플랫폼인 프롭테크(Proptech)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4일 국회에서는 현재 임의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화하고, 공인중개사는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협회에 회원 징계권, 회원 지도·관리권을 주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개정안 통과 시 협회와의 갈등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신규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변협도 지난해 5월 로톡과 같은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의 내부 규정을 신설한 이후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자, 기존 업계 종사자들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국회 입법권을 이용해 협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견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는 과연 무엇이 진정 전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택시업계의 입장만 대변해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켜 시민들의 심야 교통난을 심화시킨 과오를 재차 범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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