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사료값 폭탄…“소도 농가도 굶어 죽으란 얘기죠”

횡성 한우 축산농 김일섭씨
  • 등록 2008-03-08 오후 3:00:00

    수정 2008-03-08 오후 3:00:00

[경향닷컴 제공] 사료값 폭탄에 축산농가들이 허덕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근근이 버텨오던 축산농가들은 또다시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료값이 가뜩이나 취약한 축산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전국 최우수 브랜드상을 받고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만찬용 식재료로 공급돼 화제를 모았던 명품 ‘횡성 한우’의 생산지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7일 오후 강원 횡성군 공근면 학담2리 한별농장. 최근 자동화 설비를 갖춘 1700여㎡ 규모의 축사 한쪽에서 소에게 줄 건초와 볏짚을 살펴보고 있던 농장주 김일섭씨(48)는 “4~5월쯤 사료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소문이 돌아 속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25㎏짜리 1포대에 8000원대이던 마블링 사료값이 올들어 9000원대로 올랐어요. 한우 1마리가 하루 11~12㎏을 먹어 치우는데 이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김씨는 5년 전 구제역 파동 때보다 더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1982년 한우 2마리를 사 축산업에 뛰어든 김씨는 FTA 여파로 규모를 키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 한우를 140마리로 늘렸다. 또 대출 8000만원을 포함, 모두 1억2500만원을 들여 자동화된 축사를 신축하고 고급육 생산을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HACCP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배합사료뿐 아니라 건초와 볏짚 등 조사료 값도 연일 치솟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보니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지난해엔 5 트럭 한 대분의 볏짚을 사는 데 65만~70만원가량 들었는데 최근엔 86만~90만원을 줘야 한다. 1㎏에 250원대이던 수입건초도 올해 290~300원으로 올랐다.

김씨는 “그동안에는 5개월짜리 송아지를 220만~250만원을 주고 입식해 25개월간 브랜드 육용 한우로 가르는 데 180만~190만원의 사료값이 들었는데, 이제는 240만~250만원가량 써야 한다. 700~800㎏짜리 한우의 평균가격이 700만원대인 점과 가축진료비, 전기료 등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손익 맞추기가 정말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기르고 있는 브랜드 육용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이 85%이나 자칫 2~3등급을 많이 받으면 적자를 보게 된다”며 “사료값이 하루빨리 안정되지 않으면 20~30마리 이하의 소를 기르는 소규모 축산농의 경우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 모두 고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 파동의 여파로 2006년 말에 비해 사료값이 32.5%나 오르다보니 사료 의존도가 높은 양돈업의 경우 이미 생산비가 판매가를 앞질러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홍천군 동면 덕치리에서 돼지 1100마리를 기르고 있는 박명석씨(51)는 “1년 전엔 사료값이 한 달에 1200만원가량 들었는데 요즘은 1800만원이나 소요된다”며 “새끼 돼지를 7개월간 길러 출하하는 데 25만원의 생산비가 드나 판매가는 22만∼23만원대여서 결국 마리당 2만∼3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다.

박씨는 “이미 몇몇 농가에서 양돈을 포기한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정부에서 농가의 사료값 부담을 덜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사료 구매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나 이미 파산 직전에 몰린 농가들이 그 이자나 제대로 갚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일반 농가들도 비료값이 지난해에 비해 24%가량 오르는 등 농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한해 농사의 시작인 봄을 맞기가 편치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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