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대한민국…모든 지역, 모든 연령서 아이 덜 낳았다

'2024년 3월 인구동향'…1분기 출생아수 6.2% 줄어
서울 출산율 0.59명 최하위…세종 0.10명 감소폭 최대
25세 이상 출산율 전부↓…결혼해도 아이 늦게 가져
"저출생은 장기 추세…사회 인식 변화 정책 반영해야"
  • 등록 2024-05-30 오전 5:03:00

    수정 2024-05-30 오전 5:37:50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권효중 기자] 올해 들어 정부가 저출생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으나 지난 1분기(1~3월) 출산 관련 지표는 모두 ‘역대 최악’을 가리키고 있다. 출생아수(1만9669명)와 합계출산율(0.76명) 모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전국 17개 시·도를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반등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통상 출생 수가 연초 가장 많았다가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출산율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1만 9669명으로 1년 전보다 1549명(7.3%) 감소했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3월 기준 출생아 수가 2만명을 하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월별 출생아 수는 지난해 3월까지는 2만명을 웃돌다가 4월부터 12월까지는 1만명 대에 머물렀다. 올해는 1월(2만 1442명)만 2만명을 넘겼고 2월(1만 9362명)부터 1만명 대로 떨어져 3월까지 2만명을 밑돌았다.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994명(6.2%) 감소했다.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1년 전보다 0.06명 감소했다. 이 역시 통계청이 분기별 합계출산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전체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뜻한다.

출생아 수에 ‘연초 효과’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올해 남은 기간은 내내 1만명 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합계출산율 역시 더 내려갈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분기별로는 △1분기 0.82명 △2·3분기 각 0.71명 △4분기 0.65명이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을 통해 올해 합계출산율을 중위 시나리오에서 0.68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지역별로 보면 1분기 합계출산율은 17개 모든 시·도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서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4명 줄어든 0.59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종은 1.1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난 곳이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해 감소 폭(0.10명)은 가장 컸다.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25세 이상 모든 나이대에서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다. 특히 출산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인 30대 초반(30~34세)에서 72.3명로 4.4명 줄어 감소세가 가장 가팔랐다. 첫째만 낳는 경향도 지속됐다. 첫째아 구성비는 61.5%로 2.4%포인트 증가했고, 둘째아(31.7%), 셋째아 이상(6.8%)은 각각 1.6%포인트, 0.8%포인트 감소했다. 첫째아 출산 시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0.03년 증가한 2.53년으로,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늦게갖는 추세가 심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통계청은 2022년 8월 이후 결혼 건수가 약 1년간 증가세를 보인 점을 근거로 올 하반기 출생아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 결혼은 출산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지속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1분기 수준으로 하락하면 중위 추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하반기 출생아 수가 중위 기준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사망자 수는 9만 3626명으로 전년동기대비 4650명(5.2%) 증가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1분기 인구는 3만 3152명 자연감소했다. 자연감소 폭은 1년 전(-2만4 509명)보다 더 확대됐다. 3월까지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 이후 53개월째 지속됐다.

정부는 그간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에도 꿈쩍 않고 있는 저출생 흐름을 바꿔야 한다며 총력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에서 정부 내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을 신설하고 장관이 부총리를 겸해 인구정책을 총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자문기구에 그쳤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신 부처로 격상시켜 저출생 대책에 추진력을 붙이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장기적 추세로 변화한 저출생 경향을 정책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 지급과 보육지원 시설 지원, 육아휴직 강화 등 그간 정부가 주로 해온 정책들은 효과는 빨리 낼 수 있으나 출산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출산 비용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치열한 사회경쟁과 사회적 불평등, 불투명한 장래 등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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