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양손잡이 교육'이 필요한 이유

하민회 이미지21대표·경영 컨설턴트
  • 등록 2023-09-26 오전 6:15:00

    수정 2023-09-26 오전 6:15:00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 세계 교육현장이 이분화되고 있다.

최근 스웨덴은 2017년부터 시행된 유치원(6세 미만)의 디지털 기기 사용 의무화를 전면 백지화했다. 태블릿PC 대신 책을 읽고 종이에 글을 쓰는 아날로그 교육으로 돌아간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문해력 저하의 원인이라는 진단 탓이다.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건 나라는 스웨덴 만이 아니다. 캐나다는 필기가 표현이나 비판적 사고에 도움을 준다는 학계 의견을 수용해 초등 3학년부터 필기체 쓰기 수업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되살렸다. 네덜란드, 프랑스, 핀란드, 이탈리아 등도 교실 내 모바일 기기 사용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집중력과 학습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다.

반면 모든 학생에게 개별 PC를 지급하는 국가도 있다. 폴란드와 싱가포르다. 두 나라는 5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협회(IEA)의 읽기 문해력 연구(PIRLS) 평가에서 EU국가 1위와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아동, 청소년의 문해력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약화시키는 반례다.

교육에 있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어느 방식이 더 바람직할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계속된 질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효용성을 논하는 일은 무용해졌다. 겪어보지 못한 AI시대, 피할 수 없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아날로그방식(종이책)으로 익혀온 ‘읽고 생각하는 뇌’를 유지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읽는 뇌’는 문화의 산물이자 후천적 학습의 결과다. 구술문화에서 문자와 인쇄술의 보급을 거쳐 대중적인 읽기가 훈련되면서 인간의 뇌에는 새로운 뇌회로가 생겨났다. 책을 읽을 때 뇌에서는 뉴런의 연결망이 음속 수준으로 빠르게 반응한다. 오감이 열리고 뇌 전역에서 반응과 연결이 발생한다. 단순히 외부의 지식과 정보를 가져오는 것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상이 개입되고 통찰이 일어난다. ‘읽는 뇌’는 체화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생각과 표현의 토대이자 인간의 복잡한 지적 기술을 발달시킨 원동력이다.

인지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디지털 세대가 되면서 ‘우리 뇌의 읽기 회로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매체가 우리의 읽기 방식을 바꾸면서 ‘깊이 읽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천천히 집중해 읽으면서 유추와 추론, 공감, 비판, 분석 같은 사유의 과정을 거치는 종이책과 달리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 읽기는 시각적 자극에 집중된 ‘얕은 읽기’에 가깝다. 디지털 스크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뇌의 전두엽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빠른 속도로 핵심내용을 파악하게 만든다. 종이책을 읽을 때보다 눈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심호흡도 덜 하고 정신적인 노력도 덜 기울인다.

디지털 매체가 일상화되고 SNS에 숏 폼 영상까지, 쏟아지는 정보를 짧게 읽고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는 ‘얕은 읽기’에 익숙해진 뇌는 깊이 있게 긴 호흡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성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유의 과정을 건너뛰는 탓에 전후 좌우 맥락 파악이 없는 즉각적인 반응을 부르기도 한다. 당연히 문해력에 문제가 생긴다.

문해력은 읽고 쓰는 일상적인 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문해력이 저하되면 인지적 인내심이나 비판적 분석능력이 약해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까지 약해질 수 있다. 문해력은 이제 디지털 정보에 접속하고 소통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술들과 그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온라인에서 회자된 금일, 사흘, 심심한 사과, 무료하다 같은 단어의 오해에서 비롯된 사회적 해프닝들이 단지 문해력이 부족한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어야 할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읽고 생각하는 뇌’를 위해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손잡이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다양한 디지털 매체별로 적합한 콘텐츠로 학습하고 과속과 과몰입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종이책을 통한 ‘깊은 읽기’를 익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첫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IT강국다운 앞선 행보지만 ‘읽고 생각하는 뇌’를 함께 발달시킬 수 있는 조화로운 교육이 돼야 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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