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3중고`… 가계가 무너진다

가계당 3500만원 빚더미 앉아 19가구 중 1가구‘파산 상태’
내년도 암울… 장기화땐 침체
  • 등록 2006-12-20 오전 7:28:08

    수정 2006-12-20 오전 8:12:50

[조선일보 제공] 서울 송파구 주택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남·33)씨는 며칠 전 법원에 개인파산(破産) 신청을 하려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2년 전 캐피탈 회사로부터 2000만원을 빌렸는데, 장사가 안 돼 신용카드 돌려 막기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K씨의 현재 빚은 5000여만원. “전셋집을 월세로 돌려 전세 보증금(2500만원)까지 당겨 썼지만, 현재 우리 식구들 소득(월 200만원)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파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K씨는 “나만 쳐다보고 사는 아내와 아들 녀석을 볼 때마다 힘을 내야지 하다가도 빚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아들 교육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앞날이 캄캄하다”고 한숨 지었다.

우리나라 가계가 빚·실업·세금의 3중고(三重苦)에 눌려 급속히 무너져 가고 있다. 2002년 카드대란이 초래했던 가계부실 사태가 불과 4년 만에 재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계부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급증하는 빚

한국은행과 민간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사상 최대치인 558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가계당 3500만원의 빚더미에 앉아 있는 셈이다. 가계당 연간 갚아야 할 이자 부담액만 300만원에 육박한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1년 새 10.4%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소득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소득은 정체하면서 “빚을 못 갚겠다”며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가계가 폭증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개인파산 신청자는 무려 10만명에 육박했다. 작년 한 해 신청자(3만8800명)의 2배를 훨씬 넘는 숫자다. 사실상 파산 상태에 있으면서 아직 파산 신청을 하지 않고 있는 잠재 파산자(79만가구·한국은행 추정치)까지 감안하면, 19가구 중 1가구가 ‘파산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부실 증가와 경기둔화 심화 등 후유증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줄어드는 일자리

가계를 빚더미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길은 ‘일자리를 얻어 가계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올 들어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하는 사람이 작년보다 10% 가량 증가, 6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도 계속 뒷걸음질이다. 정부는 올해 3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1월 말 현재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26만7000개에 불과하다. 올해 4년제 대학졸업자 중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한 사람은 2명 중 1명도 안 된다. 내년 고용전망은 더 암울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엔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데다 고용 기여도가 큰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취업자 증가 수가 25만명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져가는 세금부담

소득은 줄고 있는데 세금·보험료 등 가계의 공적(公的)부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내년 1인당 근로소득세 부담액은 206만원으로, 올해(188만원)보다 18만원(9.6%)이나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내년엔 건강보험료도 평균 6.5% 인상된다. 정부는 최근 5년 사이 직장인 건강보험료를 2배 가량 인상, 물가 상승률(16.5%)보다 6배 이상 부담을 늘렸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 체납 가구가 급증, 200만가구(2005년 말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기업 투자를 살려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가계의 살림살이가 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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