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노리는 낸드플래시, 차세대 기술로 미래 돌파[미래기술25]

삼성전자, 2D에서 3D로 낸드 패러다임 바꿔
10년 만에 300단까지…기술 성장 눈부시지만
전자기기 수요 위축에 낸드 침체기 장기화
‘반등’ 기다리는 삼성·SK, 첨단 기술력 돌파구
  • 등록 2023-08-23 오전 5:30:00

    수정 2023-08-23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메모리 반도체의 또 다른 핵심축인 낸드 플래시(낸드) 시장 역시 격변하고 있습니다. 평면에서 입체로 진화한 낸드는 10년 만에 눈부신 기술 향상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를 찾는 수요는 많지 않습니다. 낸드 시장이 깊은 침체기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층수를 더욱 높이고 촘촘히 묶으며 진화한 차세대 낸드 플래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반등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반도체 칩 회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낸드는 반도체 셀(저장 단위)을 직렬로 배열한 반도체입니다. 전자기기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도록 하는 반도체로, 크기가 작아 USB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저장용 기기에 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저장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점차 커지면서 낸드 자체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낸드 사이즈를 늘릴 수도 없습니다. 소형화가 핵심인 낸드가 커진다면 저장 장치에 활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에 낸드 제조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미세화해 셀 크기를 줄여봤습니다. 최첨단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을 도입해 셀 크기를 줄이고, 이를 더 촘촘히 배열했습니다. 그러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셀 크기가 작아질수록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 현상’이 심화한 것이죠.

위로, 더 위로…낸드 ‘쌓기’ 경쟁에 기술 선두 ‘엎치락뒤치락’

지난 2013년 삼성전자(005930)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을 고안해냈습니다. 바로 낸드 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높인 ‘적층 기술’을 적용한 것이죠. 이렇게 하면 셀을 같은 면적이어도 더 많이 심을 수 있어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가 쉬워집니다. 적층 기술을 적용한 낸드는 ‘3차원(3D) 낸드’라고 불립니다. 평면(2D)이던 낸드를 촘촘히 쌓아 직육면체, 즉 3D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3차원 V낸드.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시장에 3D 낸드가 등장한 뒤로 낸드 플래시 시장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낸드 제조 기업들이 일제히 낸드 적층에 돌입하게 된 거죠. 더 촘촘히, 더 높이 쌓기 경쟁에 불이 붙자 지난 2013년 24단이던 3D 낸드 플래시 단수는 10년 만에 200단을 넘어 300단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낸드의 ‘단 수’가 곧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지난 2022년을 돌아보겠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230단’ 고지를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미국 마이크론이 처음으로 ‘232단’ 낸드를 양산한다고 밝힌 뒤 SK하이닉스(000660)가 당시 최고 단수인 238단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맞불을 놓는 상황이 생긴 것이죠. 첫 3D 낸드 개발부터 100단까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잠시 주춤했다 236단 낸드를 선보였습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제는 한 층 더 높아진 300단대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300단대 낸드 개발을 공식화한 곳은 SK하이닉스입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 플래시 개발 단계 샘플을 전시하고 오는 2025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SK하이닉스 321단 낸드의 정확한 이름은 ‘321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4D’ 낸드입니다. 층수는 321단이고, 저장 단위인 셀 하나에는 총 3개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3D가 아닌 4D인 이유는 기존 낸드 플래시 셀 주변에 붙은 회로를 셀 아래로 옮겨 칩 크기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아래 숨은 면적까지 활용해 더 많이 옆으로 붙일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300단대 낸드를 내년부터 양산할 예정입니다. 아직 국내 기업이 기술 선두권에 서 있는 상황인 만큼 첨단 낸드 플래시 시장 역시 국내 기업의 주요 먹을거리로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건데요.

SK하이닉스가 ‘FMS 2023’에서 공개한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 개발 샘플. (사진=SK하이닉스)
둔화한 낸드 시장…기술, 반등 버티게 할 힘

촘촘한 기술력과는 별개로 낸드 플래시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로 스마트폰, PC 등에 쓰이는 낸드 특성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전자기기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낸드 시장 역시 둔화해 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 가격은 지난해부터 1년 내내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낸드 시장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일본 키옥시아, 미국 WDC(웨스턴디지털)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일제히 낸드 ‘감산’(생산 감소)에 돌입했습니다. 시장에 풀린 재고량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죠. 그러나 올해 1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1분기 낸드 시장 매출은 전분기 대비 16.1% 줄어든 86억2610만달러(약 11조6000억원)로 점쳐집니다.

낸드 시장의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대다수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낸드 제조기업들은 층을 올리고, 더 촘촘히 묶으며 반등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가 메모리 산업을 ‘등산’에 비유했던 것처럼 각자의 전략과 박자에 맞게 기술을 개발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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