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에게 바라는 것[기자수첩]

사상 초유의 한전 재무위기 속,
'4선 정치인' 김동철 사장 취임
정치에 막힌 요금 정상화·사업 다각화,
정치 역량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
  • 등록 2023-09-22 오전 5:30:00

    수정 2023-09-22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결연히 나가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22대 사장이 지난 20일 전남 나주 본사 취임식에서 취임일성으로 내뱉은 말이다. 김 사장은 1961년 한전 창립 이래 첫 정치인 출신 사장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 한전의 상황은 녹록치않다.

그의 말처럼 2016년 포브스 선정 세계 1위 전력회사는 불과 7년 만에 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재무위기에 빠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전 원가가 급등하며 2년 여간 47조원의 누적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한전 부채는 국가 예산 30%를 쏟아 부어야 갚을 수 있다.

김 사장이 제시한 해법은 단순 명료하다. 뼈를 깎는 혁신을 전제로 국민들을 설득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KT, 포스코처럼 에너지 해상풍력, 원전 수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국내 전기판매에 수익의 93%를 의존하는 현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이 단순한 해법을 현실화하려면 강력한 의지는 물론, 고도의 정치적 역량이 수반돼야 한다. 한전의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1원이라도 올릴려면 여당과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전은 초유의 재무 위기 속에서도 21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3분기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했다.

민영화한 KT, 포스코와 달리 신사업 추진에도 제약이 있다. 신·재생을 포함한 발전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2000년 전후 중도에 멈춘 각종 제도 탓이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민영화 논란’에 불을 당길 수 있다. 그간 유능한 관료,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들이 한전 수장을 거쳐갔지만, 어느 누구도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어쩌면 지금 한전 수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같은 난제를 당정과 협의해 풀어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다. ‘마지막 공직으로서 어떤 수고와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4선 베테랑 정치인에게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위기의 한전호(號)를 구할 적임자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사진=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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