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카카오 전쟁 반기는 에스엠 주주들…‘크으, 넥스트 레벨’

[위클리M&A]
에스엠 공개 매수 2라운드 개막
두달 새 2배로 뛴 주가 ''빨간 맛''
하이브·카카오 ''으르렁'' 진행중
자존심 걸린 인수전 확대 양상
인수 이후 승자의 저주 고려해야
  • 등록 2023-03-11 오전 9:00:00

    수정 2023-03-11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영화나 노래는 제목을 따라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해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 말은 업계에서 하나의 ‘미신’처럼 여겨지곤 한다.

현재 열기를 더하고 있는 에스엠(041510) 인수전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 회사가 내놓은 수많은 노래 제목이 머리를 스친다. 하이브(352820)카카오(035720)의 인수 경쟁으로 ‘빛’(Hope)을 본 에스엠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 들어섰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룹 레드벨벳과 에스파가 1일 SM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한 무료 온라인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3 : SMCU 팰리스@광야’에서 ‘뷰티풀 크리스마스’(Beautiful Christmas) 무대를 하고 있다. (사진=에스엠)
카카오 공개매수 맞불…주가는 ‘빨간 맛’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시행했던 공개매수가 실패하자마자 카카오가 보란 듯이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 맞불에 나서면서 화제다. 총 매수 규모로만 환산하면 1조2500억원(지분 35%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공개매수다.

문제는 에스엠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했던 12만원은 물론 카카오가 제시한 15만원도 넘실대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지 이튿날인 지난 8일 15만원을 돌파하면서 카카오의 공개매수도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10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58% 하락한 14만7800원을 기록하며 공개매수 기대감을 다시금 머금은 채 한 주를 마쳤다.

에스엠 주주 입장에서는 예상을 깬 사건의 연속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속된 말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일이다. 연초만 해도 주당 7만원을 오가던 주가가 ‘라이징 선(RIising sun)’처럼 두 배 가까이 치솟아서다. 자본시장과 금융당국이 그렇게 외치던 ‘주주이익’이 실현되는, 좋으면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꽃놀이패를 손에 쥔 주주들은 내심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주가가 계속 ‘빨간 맛’을 보여주다 보니 일각에서는 “12만원 공개매수 때라도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에스엠 인수라는 이름의 중독…으르렁은 ing

작금의 상황은 에스엠이라는 회사를 차지하기 위한 거대 엔터 기업간 자존심 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 두 회사가 껑충 뛴 기업 가치에 대한 값을 치르더라도 인수하겠다고 ‘으르렁’ 거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회사는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 승기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루 단위로 입장을 내고 해외 외신과의 인터뷰까지 불사하면서 인수 정당성과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여전히 자욱한 안개는 오는 26일 종료되는 카카오 공개매수와 이달 말로 예정된 에스엠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걷힐 전망이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새 주인의 윤곽이 어렴풋이라도 드러나는 시점에 주식을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주가 급등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이 포인트다. 새 주인 확정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에스엠 주식을 초장기 보유할 의지가 없다면 이때를 매각 타이밍으로 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주식 매각 타이밍과 별개로 이번 인수전이 우려스러운 점은 ‘끝장 승부’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나 카카오나 누가 승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업가치를 부담해야 한다.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승자의 저주’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수 이후의 시너지나 청사진을 떠나 자존심 싸움의 영역으로까지 비친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과연 에스엠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이번 사안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한 자본시장 관계자 말을 빌려 끝맺음을 해볼까 한다.

“이번 기회에 주식을 팔 생각 있는 주주들은 나쁠 게 하나도 없다.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다. 지금 팔아도 수익률이 크다. 흥미로운 것은 교대로 선언한 공개매수 아닐까 한다. 마치 ‘내가 못 가져갈 바엔 부담이라도 크게 지고 가라’며 베팅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정도 가치가 있나 싶은 생각도 있지만…글쎄, 한편으로는 낙장불입(落張不入)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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