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미운오리' 탄소, 건축자재·종이로 재탄생시킨 사람들

현대오일뱅크, 이산화탄소 자원화 추진
공장 부산물과 반응해 탄산칼슘 제조
화학硏과 메탄올 제조 기술 확보하기도
  • 등록 2021-10-21 오전 5:00:00

    수정 2021-10-21 오전 5: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지구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이산화탄소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 정도다.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의 ‘이산화탄소 자원화’ 프로젝트는 미운 오리인 탄소를 둔 고민에서 출발했다. 대부분 탄소를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이들은 탄소를 모아 활용하는 방법을 앞서 연구하기로 한 것. 정유·석유화학 공정상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온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20일 경기 용인시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김철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상무)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려면 포집한 탄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개발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현(윗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상무)과 중앙기술연구원 그린테크연구팀·석유화학연구팀 직원들.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탄소포집·활용(CCU)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이산화탄소를 반응해 시멘트, 콘크리트 등 건축 자재 원료로 쓰는 탄산칼슘 공장을 짓는 단계까지 나갔다.

지난 8월 건설사 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 협약을 맺고 내년 충남 서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 연간 생산량 10만t 규모의 탄산화제품 생산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향후 규모도 최대 6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탄산화제품 1t당 이산화탄소 0.2t을 포집·활용해 탄소 배출을 연간 12만t 줄일 수 있다.

이는 사실 9년 전 연구원 개원 초기 개발했다가 묵혔던 기술이다. 정유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운데 탈황석고를 이산화탄소에 반응시키면 탄산칼슘이 된다는 데서 착안해 기술 개발을 마쳤지만 당시 이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상황이 달라졌다.

김철현 원장은 “수년 전 기술 상용화를 검토할 때만 해도 이산화탄소 저감 이슈가 크지 않았지만 이제 탄소 저감은 모든 기업이 직면한 과제가 됐다”며 “탄산칼슘을 만들어 건축 자재로 활용하면 현대오일뱅크는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고, DL이앤씨는 친환경 소재를 쓸 수 있어 양사 모두에 이득”이라고 말했다.

정용권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 그린테크연구팀 책임연구원은 “2012년부터 1년 안팎을 연구해 기술 개발을 마쳤고, 지난해부터 다시 상업 생산하기 위한 스케일업(scale-up)에 1년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자료=현대오일뱅크)
연구원은 탄산칼슘을 건축 자재 원료뿐만 아니라 종이를 하얀색으로 만들려 투입하는 첨가제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이를 하얗게 만드는 탄산칼슘은 순도를 높이는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부가가치도 더 크다.

김 원장은 “통상 CCU 기술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다 보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CCU 상용화는 우리나라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최초라 볼 수 있다”고 자부했다.

더 나아가 연구원은 한국화학연구원과 함께 정유 공장에서 나오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메탄올 제조를 국책 과제로 실증 연구로 진행해 기술 개발을 마쳤다. 다만 메탄 수입가격이 높다 보니 가스 산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으로 기술을 수출하는 방안을 한국화학연구원과 모색하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상 포집할 탄소를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아 탄소포집·저장(CCS)보다 CCU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들 연구를 뒷받침하는 힘은 연구원이다. 지난 7월1일부로 연구원 내 석유화학연구팀에 있던 친환경 기술, 수소 등과 관련한 인력 12명을 그린테크연구팀으로 따로 꾸렸다. 탄소중립 신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린테크연구팀은 탄소중립과 더불어 수소 에너지 사업 관련 연구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하는 수소 사업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분야에 관여할 정도로 핵심 계열사기도 하다.

김 원장은 “연구원을 현재 총 60여 명 수준에서 내년 말 100명 선까지 확대하려 한다”며 “탄소 저감은 시간문제인 만큼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철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상무). (사진=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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