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고소하고 싶다"..엉터리 예보에 날아간 주말

폭설에 강추위라더니 눈커녕 포근하기만…
여행 취소한 시민들 “주말 물어내라” 항의
기상청 “고기압 약화탓” 전문가 “오판 가능성”
  • 등록 2007-01-29 오전 7:31:03

    수정 2007-01-29 오전 7:31:03

[조선일보 제공] 최고 10㎝가량의 폭설이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를 비웃듯이 폭설 없이 평년을 웃도는 따뜻한 주말이 지나갔다. 덕분에 28일 기상청에는 교통대란 등을 우려해 서둘러 여행 예약을 취소했다가 주말계획을 망친 시민들의 항의가 쇄도했다.

당초 기상청은 이번 26일에만 중부와 호남지역에 3~10㎝의 눈이 오는 등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눈이 내리고, 기온이 평년 이하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주말 동안 내린 눈은 서울·경기 대부분 지역에서 1㎝를 넘지 않았으며 충남 부여 6.2㎝, 보령 4.6㎝, 전북 임실 3.5㎝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5㎝ 이상의 적설량을 보이는 곳이 거의 없었다. 또 평년보다 낮은, 강추위가 예상됐던 기온도 평년을 웃돌았다.

이 때문에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수십 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예보를 믿고 오늘 수출하는 컨테이너 작업을 3일이나 연기했는데 고객에게 신뢰 못 받아 수출도 못하게 생겼구먼”(강은수) “한 달 전부터 예매해놓은 공연을 하루 전에 취소하는 난리를 쳤는데. 다시는 못 볼 그 공연을 당신들이 주최할거냐. 기상청을 고소하고 싶다”(이주희) 등이었다.

또 가족들과 함께 주말 대관령 양목장에 가기로 한 주부 이경진(36)씨는 예약을 취소, 위약금 4만원을 냈다. 이씨는 “폭설 예보를 듣고 급히 취소했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주말 내내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시달렸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맘때 토요일에 전국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 수는 약 33만5000대 수준이지만, 토요일인 27일엔 11만대 가량이 줄어 약 22만6000대만 고속도로를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놀이공원과 스키장, 골프장 등도 평소에 비해 손님이 턱없이 줄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S골프장은 27~28일 31팀(120여명)이나 예약을 취소했다. 김윤심(26) 예약담당직원은 “골프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의 경우 평소 주말입장객인 3만명에 못 미치는 2만여 명이 입장했고, 서울랜드 또한 평소 입장객의 70%에 그쳤다.

여행사들도 울상을 지었다. 태백산 눈꽃 축제, 빙어 축제, 대관령 양떼 목장 여행을 예약했던 손님들이 줄줄이 취소했다. 화성관광 이형석(43)씨는 “이번 주말 예약취소율이 30~40%나 된다”며 “눈길 운전이 부담스러워 취소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북서쪽에 위치하던 차가운 고기압골이 중부지방을 통과하면서 많은 눈을 내리며 기온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고기압이 크게 약화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기상청의 날씨 예보가 크게 빗나간 것은 담당공무원들의 판단 잘못 등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학자들은 지적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동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기상 장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수치예보를 할 수 있는 모델의 개발이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확한 예보를 하는 능력이 그에 못 미치는 바람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사용하는 수퍼컴퓨터는 2004년 2차로 도입된 것으로 선진국 장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장비의 낙후 때문이라고 변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 전역을 망라하고 있는 기상레이더 10대가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상관련 학과의 한 대학교수도 “컴퓨터도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기상청 내부에 컴퓨터가 분석해 내놓은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해 정확한 예보를 내놓을 만한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예보관이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수정을 가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부족이나 착오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일요일인 28일에도 맑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자 뒤늦게 야외로 나간 시민들로 각종 유원지가 붐비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북한산에는 3만여명, 관악산에는 2만여명의 등산객이 찾았고, 과천 서울대공원에도 8000여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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