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에도 조합장 '연봉 1억' 고의적 '늑장청산' 단속 나선다

소송·잔존업무 등 정당 사유 없이
해산·청산 안한 조합 서울만 171곳
법 개정으로 청산 의무 부여했지만
“청산인 파견 등 통해 실효성 높여야”
  • 등록 2024-06-24 오전 5:00:00

    수정 2024-06-24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아파트를 다 짓고 수년이 지나도록 조합을 청산하지 않아 수 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조합장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와 국회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을 개정해 이달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을 해산·청산 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를 가할 근거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청산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청산인을 지자체에서 파견하는 등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준공하고도 청산 안 한 조합장 연봉, 최고 ‘1억원’

23일 정비업계 및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정비사업 해산·청산 지연 조합 조사와 관련한 공문을 내려보냈다. 서울시는 이달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준공 완료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조합 해산과 청산을 미룬 조합을 대상으로 각 구청에 수사 의뢰를 권고할 방침이다.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위해 조합을 만들면 아파트를 다 지은 후엔 조합을 해산한 후, 채권 채무 등 모든 권리관계를 ‘0’으로 정리해 청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청산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앞서 낸 분담금 중 남은 금액은 청산금 형태로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게 된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해산을 미루거나, 해산을 신청했어도 청산을 미루는 조합들이 지난해 말 서울에서 171곳이나 발각됐다. 청산하지 않은 조합에서 ‘대표청산인’ 신분을 유지하는 조합장들의 보수는 평균 연봉 4800만원에 달했으며 최고 연봉은 1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해산과 청산을 지연해 조합장과 대표청산인에게 불필요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청산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사진=연합뉴스)
“법 개정에도 청산과정 제도개선 동반돼야”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는 정비사업 조합 해산 이후에도 청산을 늦추며 임금, 상여금 등을 장기간 수령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통과시켜 이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법 개정 전에는 조합을 해산하고 청산할 ‘의무’에 대해 법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법적 제재 근거가 모호했다면 법 개정으로 청산과 해산의 ‘구체적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제재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단순히 현황 파악만을 위한 게 아닌 조합이 해산과 청산을 하지 않는 원인파악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조합 운영 사정상에 의한 것이 아닌 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로 지연했다고 판단되면 수사 의뢰를 자치구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관리 감독 근거 기준이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실태를 자세히 살펴보고 청산 지연 시 지자체에 관리 감독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법 개정만으로 조합 해산과 청산 지연을 모두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청산인을 선출하도록 강제하는 등 추가 보완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윤강의 허제량 대표변호사는 “조합장에게 청산인을 맡길 것이 아니라 새로 선출하거나 청산협의회를 재구성해서 청산 관련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 청산을 마음대로 지연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 정관에 청산에 관한 규정을 보다 상세히 적어둘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는 “법의 실효성을 위해 청산인을 지자체 차원에서 파견하거나 전문관리인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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