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10년)변신을 잉태한 위기, 그리고 성장통

현재는 한국경제 재도약의 갈림길
경제 패러다임 변화..향후 10년이 관건
  • 등록 2007-11-13 오전 9:30:03

    수정 2007-11-12 오후 2:44:02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전인 지난 97년 11월.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했다.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들의 입에 `IMF 사태`니, `외환위기`니 하면서 수도 없이 오르내리던 바로 그 우리 경제의 `IMF관리체제 편입`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무분별한 단기외채 도입, 기업들의 방만한 차입경영, 반시장적인 관치금융 등 가파른 경제 성장이라는 신화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우리 경제의 문제가 외환위기라는 촉매를 통해 한꺼번에 합병증으로 나타난 셈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 기간동안 생각지도 않았던, 믿어지지도 않았던 일들이 우리 사회를 덮쳐왔다.

탄탄해 보이던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힘없이 쓰러져 갔고, 그렇게 넘어진 기업들은 외국 자본에 하나 둘 넘어갔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은 허리 띠를 졸라맸고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대량으로 양산돼 쏟아져 나왔다.

IMF 외환위기 10년은 이렇게 우리 경제는 물론 정치나 사회 문화까지도 송두리째 변화시켰고, 우리는 이같은 대세에 순응하며 슬기롭게 변신을 이뤄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편집자주)


지난달 23일 오전 미국 워싱턴.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8번째 연사로 나섰다.

이 연설에서 권 부총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적절한 관리, 국제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지나친 엔캐리 트레이드 규제 필요성을 선진국들에게 주문하고, G7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들의 국부펀드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하나같이 선진국들 입장에서는 `귀에 가시`처럼 들릴 만한 거북한 발언들이었다.

"IMF 관리체제 하에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하고 있다. 한국에 많이 투자해달라"는 고정된 레퍼토리를 늘어놓던 경제부총리의 총회 연설이 IMF 위기 10년만에 이렇게 달라졌다.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 거시경제지표 `환골탈태`..기업 경쟁력도 `쑥`

이처럼 우리나라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4년도 채 안된 지난 2001년 8월 관리체제로부터 완전히 졸업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경제위기를 경험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단숨에 벗고 세계 10위권 경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70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던 1인당 국민소득(GNI)은 올해 2만14달러로, 꿈에 그리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발발 직후인 98년 -6.9%로 뒷걸음질치다 지난해 5.0%로 4년만에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와 내년에도 5%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율은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수출은 연간 3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11위까지 올라갔다.



환율 방어에 따른 소진 등으로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던 외환보유고는 바닥권에서 매년 급증하면서 지난달말 기준으로 26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규모다.

또 97년 이후 최저 300포인트대에서 잘해야 1000포인트를 넘어서지 못했던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1500포인트 위에 안착하더니 올들어서는 단숨에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외환위기를 맞은 후 곧바로 추락했던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은 북한 변수나 아시아 위기 이후 등급의 디스카운트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외환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S&P는 위기 전 `AA-`보다 2단계 낮은 `A`를 부여하고 있고, 무디스와 피치 등급은 `A2`, `A`로 위기 전에 비해 1단계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크게 좋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 97년 347%에서 지난해 83%로 크게 낮아졌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경영환경도 크게 바뀌게 됐다"며 "이처럼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이자부담 등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이는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조선,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수 분야에서 활약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 현실화된 성장통..패러다임 변화 필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과정은 이처럼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적이었지만, 선진국 경제 진입을 앞두고 또다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단기외채 급증세가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10년 주기의 경제위기 재연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규모는 1378억9000만달러로 전체 외채의 44.3%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외환위기 당시인 97년말 단기외채 비율 36.6%보다 7.7%포인트나 높은 것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달러/원환율은 80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와 반도체 가격 급락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구조화되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최근 반등하고 있지만, 지난 2003년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5%에 못미치는 지속적인 저성장 궤도에 접어 들었다. 2003년 3.1%, 2004년 4.7%, 2005년 4.2%, 2006년 5.0%, 올해 4%대 후반의 경제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경제활동인구 급감과 경제성장률의 추가적인 둔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흑자행진을 이어온 경상수지도 최근 들어 적자로 전환될 위기에 처했고, 안정적인 실업률 하에서도 청년층들의 취업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부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설비투자 위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내부유보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비용 증가와 주주 자본주의의 확대, 여전한 기업규제 등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에도 못미치고 있는 가계의 소득 증가율은 신용카드 대란 극복과 이후 가계대출 부실 우려 등과 맞물려 고질적인 내수 부진을 야기하고 있고, 이는 내수 중심의 기업들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사라지고 소비도 부진했다"며 "정부가 경제주체들이 예상 가능한 거시정책을 펴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할 경우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형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역시 "기업들이 성장 대신 재무적 안정과 단기수익 높이기에 주력한 결과 장기 성장잠재력이 위축됐고 정리해고, 명예퇴직, 비정규직 등이 야기한 고용 불안정 등이 소득격차를 확대시켰다"며 이를 해소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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