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씨(23)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외아들이었던 A씨는 아버지 B씨(당시 56세)와 단 둘이 10년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던 B씨는 2020년 9월 13일 심부뇌출혈과 지주막하출형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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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퇴원 일주일 뒤부턴 B씨를 홀로 방치했고, 같은해 5월 B씨를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 발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당시 A씨는 200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하는 입원비와 수술비를 8개월 동안 홀로 감당해야 했다. 월세와 가스비 등은 모두 연체됐으며, 근무하던 편의점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배를 채웠다.
아픈 父 방치한 채 닷새 동안 울었던 A씨
법원의 1심 판결문에 의하면 B씨는 사망 전 A씨를 불러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고 한다. B씨는 “미안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 전까지는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A씨는 그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닷새 동안을 울며 시간을 보냈다. 시신으로 발견된 B씨는 사망 당시 166cm의 키에 체중은 39kg밖에 나가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존속살해 고의를 부인했던 A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선 “아버지를 퇴원시킨 바로 다음 날부터 기약도 없이 2시간마다 한 번씩 아버지를 챙겨주고 돌보면서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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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 원심이 유지되었고,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은 A씨의 변호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 고문은 “A씨의 삶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오롯이 담겨 있다”며 “가난의 대물림, 가족 한 명이 아프면 가정이 무너지는 간병의 구조, 그로 인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의 문제까지 말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시에 “제가 어떤 약속을 드린들 A씨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나”라며 “하지만 A씨 부자와 같은 분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권자의 삶을 지키는 대리자의 의무”라며 의료 복지 확대 방안 등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