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모든 책임은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의 이 선택도 국민의 집단지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우리의 부족함 때문이지 국민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강조했다. 당사에 모인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이 후보는 차량에 오른 뒤에도 자신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난해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150여일 간의 대장정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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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민심 이반과 `조국 사태`로 대변되는 여권의 내로남불 등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고, `유능 대 무능`이란 인물론으로 정권 교체론 돌파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떨쳐내지 못한 `대장동 의혹`,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 신상 리스크도 패인으로 꼽힌다.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으로 돌아간 이 후보는 휴식을 취하면서 당분간 여의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향후 행보와 관련,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잠행`이 길어지진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에 따라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정치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5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패배 책임 소재와 향후 진로를 둘러싼 격론이 불가피한 만큼, 대선을 통해 당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이 후보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가 직접 경기지사 등 광역단체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공산도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는 대선이 아닌 경기지사 재선 도전을 염두에 뒀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자신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대장동 특검 도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대선이 끝난 만큼, 사정당국이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향후 정치 행보는 정국 상황에 맞물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