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앉아서 32조 버는 유럽은행…ECB 규제마련 고심

코로나 시절 ECB서 빌린 초저금리 장기대출금
금리인상후 예치만 해놔도 5조~32조원 수익 '횡재'
가계·기업 부담 늘어나는데…"ECB, 좌시 않을 것"
  • 등록 2022-07-04 오후 3:06:26

    수정 2022-07-04 오후 9:47:16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을 규제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ECB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들에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려줬는데, 은행들이 이를 갚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후 ECB 계좌에 넣어두면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여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유럽 은행들이 ECB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최소 40억유로(5조4100억원)에서 최대 240억유로(32조4700억원)의 이윤을 얻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ECB는 2020년 초 이후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통해 총 2조2000억유로(약 2976조8400억원)를 유럽 은행들에 빌려줬다. 대출금리도 마이너스(-)0.5%에서 -1%로 낮췄다. TLTRO는 전염병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코로나19 초기 부양책 중 하나다. 은행들이 장기간 저금리 대출을 더 많이 취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TLTRO를 통해 빌린 대출금은 일반적인 예치체제금리(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주는 이자)가 아닌 과거 3년 평균 이자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ECB는 이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현재 -0.5%인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오는 9월엔 더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은행들은 과거 마이너스 금리로 받은 대출금을 조만간 플러스 금리로 전환될 예금계좌에 넣어두기만 해도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이 TLTRO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면 문제가 없지만, 마진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상환을 미루고 있다. 지난달 ECB에 조기 상환된 금액은 740억유로(100조1200억원)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한 ECB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ECB와의 이익 계산을 다시 해본 뒤 조기 상환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는 ECB가 올해 예금금리를 0.75%까지 올리면 2020년 6월 TLTRO 대출을 받은 은행은 2024년 12월까지 예치만으로 0.6%의 마진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의 파비오 이아노 선임 신용 책임자는 “유럽 은행들이 TLTRO를 가능한 한 오래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ECB 유동성의 대부분이 민간 대출로 흐르지 않고 예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는 TLTRO가 없었다면 경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며 잘못은 없다면서도, 은행들의 ‘뜻밖의 횡재’(Windfall)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ECB는 지난달 TLTRO 금리를 -1.0%에서 코로나19 전인 -0.5%로 되돌리고, 예금금리와 연동되도록 조치했다. 예금금리와 TLTRO 간 금리 격차를 없애 은행들이 혜택을 줄이겠다는 시도다.

ECB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내놓을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은 ECB가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만 오르고 은행들은 이익을 보는 상황을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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