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은행들에 마이너스 금리로 돈을 빌려줬는데, 은행들이 이를 갚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후 ECB 계좌에 넣어두면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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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유럽 은행들이 ECB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최소 40억유로(5조4100억원)에서 최대 240억유로(32조4700억원)의 이윤을 얻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문제는 TLTRO를 통해 빌린 대출금은 일반적인 예치체제금리(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주는 이자)가 아닌 과거 3년 평균 이자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ECB는 이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현재 -0.5%인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오는 9월엔 더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은행들은 과거 마이너스 금리로 받은 대출금을 조만간 플러스 금리로 전환될 예금계좌에 넣어두기만 해도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이 TLTRO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면 문제가 없지만, 마진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상환을 미루고 있다. 지난달 ECB에 조기 상환된 금액은 740억유로(100조1200억원)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한 ECB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ECB와의 이익 계산을 다시 해본 뒤 조기 상환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ECB는 TLTRO가 없었다면 경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며 잘못은 없다면서도, 은행들의 ‘뜻밖의 횡재’(Windfall)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ECB는 지난달 TLTRO 금리를 -1.0%에서 코로나19 전인 -0.5%로 되돌리고, 예금금리와 연동되도록 조치했다. 예금금리와 TLTRO 간 금리 격차를 없애 은행들이 혜택을 줄이겠다는 시도다.
ECB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내놓을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은 ECB가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만 오르고 은행들은 이익을 보는 상황을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