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적인 '나비부인', 2576년 우주 이야기로 변신합니다"

오페라 '나비부인' 연출 맡은 정구호
푸치니 대표작에 SF적 상상력 가미
"새로운 볼거리, 인물 감정은 그대로"
성남문화재단, 6년 만에 오페라 제작
  • 등록 2023-09-20 오후 2:13:09

    수정 2023-09-20 오후 2:13:0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번 오페라 ‘나비부인’은 제가 그동안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성남아트센터 제작 오페라 ‘나비부인’ 기자간담회가 2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연출가 정구호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성남문화재단)
패션 디자이너이자 공연예술 분야 대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정구호 연출이 또 한 번 파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통해서다.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 배경의 원작을 2576년 미래의 우주로 옮겨와 공상과학(SF)의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2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연출은 “‘나비부인’에 담긴 남존여비의 인물 관계 등 제국주의적인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런 아쉬움을 들어내기 위해 몇 백 년 뒤 미래로 무대를 옮겨 동등한 관계의 두 남녀의 이야기로 작품을 풀어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대표작 중 하나다. 원작은 20세기 초반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미국 해군 장교 핑커톤과 집안이 몰락해 게이샤가 된 초초상의 비운의 사랑을 그린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대표 아리아 ‘어느 갠 날’을 비롯한 아름다운 음악으로 국내서도 자주 공연됐다. 다만 최근엔 반일 정서의 영향으로 무대에서 만나기 힘들었다.

정 연출이 새롭게 선보이는 ‘나비부인’은 서기 2576년 행성 연합국을 대표하는 엠포리오 행성의 사령관 핑커톤이 주인공이다. 평화 협상을 위해 파필리오 행성으로 파견된 핑커톤이 파필리오의 공주 초초상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의 눈과 우주 행성을 형상화한 흰색의 회전 무대, 그리고 조명과 LED 스크린 등 무대 또한 SF적으로 펼쳐 보인다.

성남아트센터 제작 오페라 ‘나비부인’ 기자간담회가 2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 연출가 정구호, 지휘자 파트릭 랑에, 초초상 역 소프라노 임세경, 핑커톤 역 테너 이범주. (사진=성남문화재단)
다만 오페라 특성상 대사나 가사까지 시대 배경에 맞춰 수정하기는 힘들다. 이에 노래는 원곡 그대로 이탈리아어로 부르되 한국어 자막만 수정해 극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정 연출이 2017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한국 정서로 각색한 ‘동백꽃 아가씨’를 선보일 때도 사용한 연출 방법이다. 정 연출은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새로운 ‘나비부인’이지만 음악을 통한 인물의 감정선은 원작이 지닌 정서 그대로 관객이 따라가도록 할 것”이라며 “‘나비부인’을 이렇게까지 해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나비부인’은 성남문화재단이 성남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오페라다. 성남문화재단이 오페라를 제작하는 것은 2017년 ‘탄호이저’ 이후 6년 만이다.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는 “‘나비부인’은 최근 몇 년 동안 제작되지 않은 작품이고, 관객도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제작을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성남문화재단은 매년 한 편씩 오페라를 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세경이 초초상 역을, 유럽에서 주목하는 젊은 테너 이범주가 핑커톤 역을 맡는다. 소프라노 박재은, 테너 허영훈이 초초상 역, 핑커톤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 중인 지휘자 파트릭 랑에, 그리고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노이오페라코러스 등이 함께 한다. 티켓 가격 3만~12만원. 성남아트센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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