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가 올해 상반기에 몰려있는 가운데 대응 여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비우량물의 조달 금리가 여전히 10%의 고금리를 넘나드는 사례가 적지 않아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건설사 차환물은 10%대 고금리...우량·비우량물 양극화 극심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유동화증권(ABCP·ABSTB) 물량은 최소 11조9000억원 규모다. 정책자금 지원 확대로 시장이 차츰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나, 만기 도래 물량 중 차환에 실패해 부도처리되는 건들이 나올 경우 시장이 다시 경색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높다. PF 물량을 많이 끌어안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이달에만 PF-ABCP 만기가 6조5000억원, 내달 중 2조8000억원 가량의 만기가 집중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중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시장 체력은 한없이 부실한 상황”이라며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간신히 차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서 부도 한 건만 나오면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비우량 등급의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간의 조달 금리 양극화는 더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주 중 우량등급인 A1 등급 PF-ABCP 거래 금리는 평균 4%대였던 반면, 비우량등급인 A2 등급 거래 금리는 7%를 넘어섰다. A2 비우량 등급 중 일부 물량의 경우 10~15% 안팎의 높은 금리에 거래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 (자료=삼성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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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설사 관련 발행 물량은 여전히 고금리와 차환 난항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A1 등급 PF-ABCP는 주로 증권사 확약물인 반면, A2등급은 대부분 A등급 건설사 보증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31일 건설사 연대보증건인 A2등급 ‘로테이션제이차’의 경우 전 물량이 15%대 금리에 거래됐다. 지난 1일 ‘자양파이브제이차’도 11%대 금리를 기록했다. 아직도 평균적 시장금리와 큰 폭의 괴리를 보이는 건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건설사 물량 부실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증권사 보증 및 건설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지원 자금 소진률은 증권사 보증 물량이 28%, 건설사 보증은 10%에 그쳤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건설사의 보유 현금성 자산이 작년 대비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건설사 회사채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발행이 절실한 상황이다”이라며 “회사채 만기 중 77%의 물량이 A등급 건설사 건인데, 과하게 높은 PF-ABCP 금리가 진정되지 않으면 회사채 만기 대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A1등급 위주로 이뤄진 증권사 확약물 보다는 A2등급이 주된 건설사 보증건에 대한 매입 규모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