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證, '1조 벽'에도 조용히 웃는 이유

작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9985억원…전년비 5% 증가 수준
부동산PF 위기, 기회로…계열사 자금 시너지·빠른 의사결정
매주 2회씩 투자심의위…"부동산 둔화에 더 철저히 대비"
  • 등록 2023-01-18 오전 6:05:00

    수정 2023-01-18 오전 6:05:00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메리츠증권이 증권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 조용히 웃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대 증권사들이 모두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지만,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연간 최대 실적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닥친 위기를 계열사간 자금 시너지를 통해 기회로 삼는 한편 빠른 의사결정과 수익원 다각화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985억원이다. 전년(9489억원) 대비 5.23% 증가한 수준이다. 예상치를 조금만 상회해도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당해 4분기 영업이익은 1970억원으로 추정돼 20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 달성이 확실시된다.

시장 금리 급등과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 등에 실적이 꺾이고 있는 여타 증권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의 연간 실적에서 기업금융(IB)의 비중은 40%, 세일즈앤트레이닝(S&T) 비중이 40%, 리테일 비중이 10%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PF 비중은 35% 수준이란 내부 예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PF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소형사뿐만이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도 관련 사업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경쟁자들이 물러난 가운데서 ‘안전한 딜’을 발굴해내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이태원동 유엔(UN)사령부 부지 개발 브릿지론 단독 투자와 올 1분기 롯데건설과의 투자 협약 등이 사례로 거론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지다 보니 돈을 대주던 증권사들, 특히 중소형사들은 무조건 ‘올스톱’이고 대형사들은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이라며 “예전에는 입찰권을 따내려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갖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여력이 안 돼서 다들 물러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은 물건 발굴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계열사간 시너지도 부각된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과 함께 자금을 끌어모아 물건 선점에 나서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증권만 개별적으로 진행하면 채무보증금 100% 이내로 맞춰야 해 셀 다운(자산 재매각) 작업도 필요한데, 화재·캐피탈과 같이 나서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자회사 편입이 되면 이사회를 거칠 필요도 없이 통합 의사결정 이후 더 빠르게 자금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건설 중인 부동산을 차질 없이 준공 완료할 수 있도록 자본력과 시공능력이 튼튼한 A급 시공사와 책임준공을 약정하거나, 금융지주계열 신탁사가 준공을 보장하도록 딜을 구조화했다. 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해 선순위 비율을 95%까지 키웠다.

부동산 PF 비중은 2019년까지만 해도 절반에 이르렀지만 점차 줄고 있다. S&T 실적 확대와 코로나19 이후 리테일 실적까지 함께 성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T 부문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해왔다. 2019년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이후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020년부터 사업부문별 실적 균형과 수익원 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내왔다.

‘빠른 의사결정’도 특징적이다. 메리츠증권은 매주 통상 2회씩 투자심의위원회를 연다. 계열사별 경영진이 모여 각 부서가 올린 딜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하고 안전성 등을 검토하는 자리다. 순차적 보고를 거칠 필요 없이 한자리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는 메리츠금융그룹 내 자금 매칭에 있어 적절성을 판단하고 수익을 창출해내는 ‘프라이싱’(pricing)의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평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불안정한 시장과 금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투자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자금 수요를 예측해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동산 시장 악화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더 철저하게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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